"GM 대리해 100억 이상 번 김앤장"…위기에 더 호황
입력 18.07.06 07:00|수정 18.07.09 10:00
GM 본사­·산업은행 간 협상에서 GM 협상 총괄
폭스바겐·옥시 등 글로벌 기업 위기 대응 '싹쓸이'
"국내에선 김앤장만 할 수 있는 일" 경쟁 로펌 '한숨'
  •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지원을 두고 현장 실사가 한창이던 올해 초. 한국지엠 부지 한쪽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의 전담 회의실이 마련됐다. 수십 명에 달하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 및 회계사들이 실사 및 협상 과정에서 상주해 실무진 사이에선 ‘김앤장 캠프’로 불렸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김앤장 사무실 한 쪽에도 자문을 위한 'GM 캠프'를 마련하고 전담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측 관계자는 “밤새 협상이 이뤄졌는데 협상장에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일하고 있고 동시에 바로 옆 회의실에서 백업 역할을 할 변호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라며 “앞단에 선 실무진들이 일을 끝내면 바로 전달받아 번역이나 부대 업무에 바로 돌입하는 등 기계처럼 로테이션이 이뤄져 놀라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산업은행과 GM본사는 한국지엠 투자 협상을 마쳤다. GM은 한국지엠 우선주 인수 포함 36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우선주에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큰 파국을 맞지 않고 합의가 마무리됐다.

    한국지엠 사태는 대규모 구조조정 향방이 걸린 문제다 보니 산업계는 물론 정·관계 모든 이목이 쏠렸다. 한국 철수까지 염두에 뒀던 GM입장에선 비용을 떠나 종합적이고 정교한 법률서비스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폭스바겐, 옥시 등 글로벌 기업들이 그랬듯 GM본사도 역시 이번에 다시 김앤장을 선택했다.

  •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앤장은 GM을 대리해 감리·조세감면·노사관계·대관업무 등 협상과정 전반을 총괄했다. 이 과정에서 수임료로만 100억원을 훌쩍 넘는 자문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자금지원 및 자구안 마련의 핵심이었던 실사 보고서를 둔 공방에서만 20여명이 넘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회계사들이 총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산업은행 측 실사를 맡은 삼일PwC·법무법인 세종 측에 대항해 방어 논리를 만들었다. 상대편에서 법률 자문을 도운 세종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인력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 부정적 여론이 뒤따랐던 만큼 GM 측은 협상 과정에서 ‘바짝 엎드려야(low profile)’하는 상황이었다. 김앤장에 최고의 실력은 물론 보안을 제 1원칙으로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다보니 협상 과정에서 대관 및 합법적인 로비 업무도 김앤장의 몫이었다. GM본사와 정부 측 인사의 만남을 위해 김앤장이 다리를 놨다는 평가다. 경쟁사들은 정·관계 대관 업무에선 전관을 쓸어모으다시피 하는 김앤장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푸념한다.

    예를 들어 통상적인 법률 자문 외에도 최종적으론 부결됐지만 한국 GM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비롯한 조세 감면, 보조금 신청 등 산업자원부를 상대한 제반 작업에 김앤장 소속 고문 및 변호사들 투입이 집중된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수반된 데다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합의가 사실상 선결 조건이었던 만큼 노사 문제 대응에도 역량이 총 투입됐다. 김앤장 내 노동팀을 통한 자문 지원에도 시간이 소요됐다.

    법률자문 시장에선 GM 자문이 김앤장만이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종합자문’ 영역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GM은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소송 등 경험이 많기 때문에 법률비용에 역치가 높아 김앤장이 높은 자문료를 청구해도 이해하고 보험 등 방어 장치들도 충분히 갖춰뒀을 것”이라며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이 찾을 곳은 결국 1위 김앤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