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IPO의 '한계'…고개 드는 의구심
입력 18.07.06 07:00|수정 18.07.09 09:59
펀드별 투자현황 등에 대한 공시 의무 無
'공개 시장' 자금 조달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
VC 실적 추정 및 밸류에이션 산정 자체가 난해
  • 올해 다수의 벤처캐피탈(VC)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투자시장 일각에서 'VC가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싹트고 있다. IPO는 말 그대로 '공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인데, VC의 업종 특성상 투자자·주주들에게 한정적인 정보밖에 제공할 수 없어서다.

    이처럼 VC들이 IPO에서 조차 정보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비밀유지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VC들은 운용 중인 투자조합 및 사모펀드(PEF) 등이 '사모'라는 성격 때문에 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앞세워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장 지난 3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이달 6일 상장을 앞둔 SV인베스트먼트의 투자설명서만 살펴봐도 그렇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이들의 투자설명서에 대해 '업황과 사업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추린 정도'라고 평가했다. VC의 핵심 사업모델에 해당되는 투자조합과 펀드 운영 현황은 명칭, 결성일, 존속 기간을 소개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투자조합과 펀드에 담긴 종목 정보와 현재 수익률 등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투자조합이 VC들의 수익 원천임에도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유한책임출자자(LP)들과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서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며 "대다수의 LP들이 여러 이해 관계를 이유로 펀드에 관한 사항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면 향후 프로젝트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펀드의 목표 IRR(내부수익률)을 알 수 없는 것도 투자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펀드 청산시점이 도래해야 수익률 짐작이 가능해서다. 다른 업종의 경우 매출, 순이익 등 수치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지만 VC들의 경우 IRR 허들 레이트(hurdle rate)가 통상적으로 8% 외에는 중간 수익률이나 목표 수익률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영속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는 점도 VC IPO에 있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5~7년가량 펀드를 운용하면서 받는 보수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40억원을 투자한 SV인베스트먼트가 1080억원을 회수하며 '잭팟' 유명세를 탔지만, 27배의 수익 모두가 해당 벤처캐피탈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투자조합들의 청산 수익률은 IRR 기준으로 최대 20% 수준이며, 이 수익률마저도 출자자 및 조합원들의 몫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극소수 대박 케이스를 가지고 VC 전체가 큰 수익을 내는 것처럼 미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VC들이 성공한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겠지만, 실패한 투자에 대해서는 공시 의무가 없는 것을 방패 삼아 공개 자체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VC가 실적 추정과 밸류에이션 산정 자체가 난해한데다, VC 업무 특성상 IPO를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펀드별 투자현황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물론, 청산에 따라 VC가 취할 수익을 추산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려면 향후 수익을 현가화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한데, VC의 실적 추정은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다"라며 "해당 펀드에 자기자본투자(PI)까지 들어가 있으면 펀드 등의 개별 평가손익을 추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