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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막을 올리면서 기업들이 받는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싸움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 금융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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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상하이 증시 상장사인 대형 석탄·화학업체 윈타임에너지(Wintime Energy Co.)가 15억위안(약 2500억원) 규모의 1년물 기업어음(CP) 상환에 실패했다. 이로써 올 들어 디폴트를 선언한 중국 기업은 24곳으로 늘었다. 올해 중국 기업의 공모채 디폴트 규모는 165억위안(2조760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16년(207위안)의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 달 강화된 은행 규제도 중국 기업의 디폴트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는 지난 달 30일부터 부실채권(NPL) 분류 기준을 유럽 중앙은행(ECB)과 동일한 '90일 이상 연체 시'로 통일했다. 기존 중국 은행들은 제각기 다른 NPL 분류 기준을 적용하거나, 부실 가능성이 높은 채권만 NPL로 선택 분류해왔다. 중국 은행들이 기업에 내주던 대출금이 줄어들고, 구조조정 압력은 커졌다는 평가다.
디폴트 사태는 부동산·건설·에너지 등 인프라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중국 중앙정부가 부동산 경기 안정화를 내세우며 우선 지자체의 지방정부투자기관(LGFV) 보증 제한 등 강력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시건설(China City Construction Holding Group)·천진부동산(Tianjin Real Estate Group) 등 공기업들이 작년~올해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과 지분 구조 등이 유사한 기업들이다.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했던 국내 금융사들은 이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확산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CERCG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외에도 최근 수년 간 중국 회사채를 사모 형태로 투자, 판매해왔다. 보험사들도 중국 회사채에 일부 투자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57개 생명보험·손해보험사 운용 자산 1044조원 중 10%가량인 104조원이 해외 채권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이중 1~10%가량이 중국 회사채 몫일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던 길림시철로투자개발의 사모 김치본드에 뭉칫돈이 몰렸던 것처럼, CERCG 사태 전까지만 해도 중국 회사채는 국내 금융사들의 선호 투자처였다"면서 "다들 사모로 투자해 어느 금융사가 얼마나 많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서로 눈치만 살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회사채가 보유한 보증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사실이 CERCG 디폴트 사태에서 드러나면서 보험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ERCG처럼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은 회사채를 판매할 때 정부의 보증을 바탕으로 한 안전성을 내세웠는데, 중국의 경우 채권을 발행하는 역외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지급보증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암묵적 보증'이라는 전언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중국 정부 혹은 공기업이 보증하는 회사 등 안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회사채를 주로 매입했다"면서 "CERCG 사태 이후로 보증만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이 밝혀져 중국 투자액이 많은 일부 보험사는 가시방석에 오른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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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10일 07:00 게재]
무역 분쟁·은행 규제에 中 기업 디폴트 급증
회사채 사모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 예의주시
"보증 유명무실…투자 많은 보험사 가시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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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유명무실…투자 많은 보험사 가시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