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원 한남 지원 않겠다"…결국 두 손 든 대신증권
입력 18.07.16 07:00|수정 18.07.17 10:03
신용등급 하향 위기…PF 보증·증자 않기로
하향 시 '동양 사태' 유안타證과 같은 등급
"증권업 경쟁력 훼손돼 상처 크다"는 평가
  • 대신증권은 결국 나인원 한남과 절연을 결정했다. 큰 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신(新)사업은 신용등급 하향 위기를 불러왔다. 부동산 개발업에 매달리는 동안 증권업 경쟁력 또한 훼손됐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자회사 대신에프앤아이(F&I)가 나인원 한남을 임대 전환하기로 결정한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증자 등 자회사에 어떤 형태의 지원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임대 기간 동안 적자를 보는 나인원 한남 사업장 때문에 대신에프앤아이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재무 지표가 나빠지는 등의 '부담'을 혼자 짊어지도록 두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대신증권(AA-)의 신용등급 방어를 위한 결정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나인원 한남 임대 전환 후 대신에프앤아이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고, '자회사의 사업 위험 및 재무 위험 증가로 지원 부담이 확대될 경우 대신증권의 신용등급도 하향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부동산 개발업의 위험값은 금융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신평사들은 "대신증권이 보유한 신용등급은 '증권사 대신증권'에 부여한 등급으로, 부동산 개발업의 위험이 전이될 경우 즉각 조치하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전언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영업적자 같은 문제가 없다면 우량 등급의 시작점인 AA- 신용등급을 부여한다"면서 "이 요건에 해당하는 증권사 중 AA-를 받지 못한 곳은 과거 '동양 사태'에 연루됐던 유안타증권(A+) 뿐"이라고 말했다.

  •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부동산 개발업에 무리하게 뛰어드는 대신증권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봐왔다.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와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부동산 개발업을 육성하느라 본업인 증권업의 경쟁력은 계속 약화됐다는 평가다.

    각 지점에서는 주된 핵심성과지표(KPI)에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을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가 포함됐고, 본부에서는 부동산 관련 인맥이 많은 직원들만 주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본인이 증권사에 다니는지, 부동산 투자회사에 다니는지 정체성 고민에 시달렸다고 전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의 중심이 브로커리지(Brokerage·주식 매매 중개)에서 IB로 이동하는 동안 다른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고, 지점을 축소하는 등 사업 구조를 개편하며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면서 "그동안 대신증권은 부동산 개발 등 비(非)증권업 다각화에 매진하느라 '5대 증권사'로 불렸던 과거의 지위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신증권이 당초 계획대로 분양에 성공해 신용등급 하향 위기 등 피해 없이 짧은 시일 내에 5년치 당기순이익에 이르는 3000억원을 벌어들였다면, 부동산 개발업의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한 채 다른 사업지도 개발하겠다고 나섰을 것"이라면서 "메리츠종금증권·NH투자증권 등 부동산 PF로 많은 돈을 버는 다른 증권사들이 방법을 몰라서 개발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