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換) 리스크에 흔들리는 해외 부동산 투자
입력 18.07.27 07:00|수정 18.07.26 19:02
달러 스와프 등 헤지 비용 급등, 美 투자 어려워
그나마 유럽이 안전하다는데 '자산 편중' 우려도
  •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국내 금융사들의 주된 먹거리였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환(換) 리스크 때문이다.

  •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최근 1130원대까지 상승했다. 작년 10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달러 스와프(Swap) 비용은 100~150bp(1bp=0.01%)까지 올랐다. 선순위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자의 목표 금리는 5% 남짓. 현 수준에서는 헤지(Hedge)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였던 미국에 투자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일례로 KB증권은 미국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사무용 빌딩 투자를 검토하다 최근 중단했다. 선(先)순위 PF 주선 등을 추진했지만, 환 헤지 비용이 커 대주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부터 많은 자원을 투입해 오랜 기간 준비했으나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 큰 관심을 받는 베트남 부동산도 기관투자자들이 손대기는 쉽지 않다. 변동성이 큰 현지 통화 동(VND)의 헤지가 어렵다는 전언이다. 관련 법규 미비 등 정책 리스크도 있다. 올 들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PF 대출 외에 유의미한 투자 사례가 없다.

    차선책으로 떠오르는 곳은 일본이다. 미국과 반대로 환 스와프 과정에서 일부 이익이 생기고, 현지 금리가 낮아 레버리지 효과도 발생한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 수익률은 1~3%에 불과하지만, 환 및 레버리지 효과를 포함하면 총 수익률이 5~7% 수준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 정책 기조가 달라지면 '플러스 알파'(+α) 형태로 유지되던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어 투자처로서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연기금이 썩 선호하지 않아 대주단 구성과 재매각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남은 곳은 유럽이다. 현재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 수준에서는 100bp 수준의 환 프리미엄이 발생한다는 전언이다. 유럽 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예상 시기도 내년 하반기로 점쳐지면서 저(低)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예정이다.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 외에 스웨덴·스페인·핀란드 등이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유럽 부동산으로 자산이 편중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스튜디오 등으로 눈을 돌려보고 있으나 환율 등 환경 탓에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내 상업용 부동산은 여의도발(發) 공실 우려가 있고, 유럽 부동산은 이미 많이 보유해 대체 지역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