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소·중견 면세점 특허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면세 사업 진출을 원하던 업체나 기존 사업자들에게 활로를 열어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차별성을 갖기 어려운 시장에 경쟁자만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허덕이는 중소·중견 면세점 시장의 몰락을 가속화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7월 30일 2018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면세점 특허 제도 개선 계획도 담았는데 신규특허 요건은 완화하고 특허 갱신 횟수는 늘리기로 했다. 특히 중소·중견 면세점에 대한 규제는 거의 대부분 해소됐다. 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물적·인적 요건만 충족하면 위치에 상관없이 면세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
진입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중소·중견 면세점 업계의 지각변동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면세 특허에 관심을 보이는 곳들도 있다.
면세점 사업을 하는 기업을 M&A한 후 특허 면허를 얻거나, 특허를 받은 법인을 신설한 후 기존 사업자의 영업 및 자산을 받아오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아직 본격적인 수익 궤도에 진입한 곳이 드묾에도 벌써부터 몸값이 오를 조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허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은 아예 영업지를 바꿔 새단장하길 원할 가능성도 있다.
한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제도 개선 이후 조정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전략적투자자와 함께 투자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며 “입지가 좋지 않은 면세점들은 수요가 많으면서 임대료도 탄력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려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깐깐하고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힘을 싣는 정부 기조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이번 개편안은 면세점 제도개선 TF의 권고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TF는 지난해 감사원이 대기업 면세점 특허 관련 특혜를 지적한 후 본격 가동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의 면허 기간은 원하기만 하면 사실상 15년에 달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아졌다.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운신의 폭은 넓어졌지만 궁극적으로 업계 성장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태생적으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데 경쟁자까지 많아진다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돈이 되는 시내 요지나 공항, 항만, 카지노는 대기업들의 과점 체제가 공고하다. 설혹 자리가 난다 해도 작은 사업자가 임대료 등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교섭력(bargaining power)도 약하다. 면세점의 지위는 유명 브랜드를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리지만 유수의 명품 브랜드들은 매출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중소형 면세점과 손을 잡길 바라지 않는다. 대기업 면세점도 후발 주자들은 명품 브랜드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유명 브랜드 유치 실패와 매력도 감소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대형 법무법인 M&A 담당자는 “면세점 사업은 정부가 면허를 막무가내로 내주고 큰손인 중국 고객마저 줄면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이라며 “중소 면세점들은 부가가치 높은 상품보다는 고만고만한 국내 제품만으로 명맥을 잇거나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중견 면세점은 최소 요건을 충족하고 결격 사유가 없다면 면허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사업 추진 여부나 사업성에 대한 판단은 각 사업자가 알아서 할 문제기 때문에 굳이 국가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01일 14:34 게재]
2018 세법개정안, 중소·중견 면세점 문턱 사라져
중소 면세점 시장 조정 국면서 투자 기회 물색도
한계 명확한데 경쟁자만 늘어…”입지 줄어들 것”
중소 면세점 시장 조정 국면서 투자 기회 물색도
한계 명확한데 경쟁자만 늘어…”입지 줄어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