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악화에 韓증시 두드리는 中기업… 시장은 '냉랭'
입력 18.08.10 07:00|수정 18.08.09 15:25
중국 디레버리지에 나서며 기업들 리파이낸싱 어려움
중국 IPO 심사 까다롭고 국내 유동성 높은 점 주효
국내 증권업계 중국 기업 IPO 보수적으로 전략 선회
  • 중국 기업들이 자금 압박과 유동성 경색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동성이 좋은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보려는 의도다. 지금이 2014년 이후 국내 상장 의사를 타진하는 중국 기업이 가장 많아진 시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를 지켜보는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간 상당수 중국 기업이 회계부정이나 사업부실로 퇴출된데다, 최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사태로 투심(投心)이 더욱 위축된 까닭이다. 수익성이 높은 중국 기업 거래를 손에 쥔 증권사들은 시장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증시 상장에 성공한 중국 기업은 '제로'임에도 불구, 여전히 10여 곳의 기업이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중국 기업 6곳이 잇따라 상장했지만, 이후 사드(THAAD) 사태 등으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되며 국내 증시로 향하는 중국 기업의 발길도 한동안 뜸했었다.

    이들이 최근 국내 증시를 노크하는 이유는 자금 부족 현상 때문이다. 중국 은행권에서 디레버리지(부채 감소)를 본격화하면서 중국 민간 기업들의 리파이낸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금 경색으로 인해 기업 내부적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국내 증권사와 접촉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는 자금이 급한 중국 기업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평가다. 유동성이 많은 데다, 본토나 홍콩 시장 대비 상장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점도 주효하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서 지난해 발행심사위원회를 개설하고 IPO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들과 최일선에서 접촉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중국 기업 상장은 품도 많이 들지만 보수가 높아 국내 증권사들이 선호하던 거래였다.

    미래에셋대우가 중국 골심지 제조업체인 그린페이퍼머티리얼홀딩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최근 자진 철회했다. 올해 2~3건의 중국 기업 IPO를 검토 중인 유안타증권 역시 시장 분위기를 더 살피겠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올해 중국 기업 IPO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등도 속도를 내기보다는 검토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중국원양자원, 올해는 완리 등 상장이 폐지된 중국 기업만 10여 곳에 달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신뢰도가 저하된 상태라 해당 딜을 담당하는 실무자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중국 ABCP 크로스디폴트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올 하반기 목표로 중국 기업 IPO를 추진 중이던 증권사들도 IPO 전략을 보수적으로 선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이전처럼 중국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2016년 중국 기업이 대거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던 건 최경수 당시 거래소 이사장이 상장 기업 수 확대에 집중했던 까닭이다. 현 정지원 이사장 체제에서 거래소는 보수적인 심사 잣대를 들이대며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년간 이어져온 중국 은행권의 디레버리지와 엄격해진 자국 IPO 심사 탓에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며 "기존에도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중국 기업 IPO에 대해 특히 보수적으로 심사했는데, 지금은 시장에 있는 투자자들도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황이라 연내 중국 기업 IPO가 성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