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발로 뛴다… 변모하는 증권사 상품기획부
입력 18.08.20 09:13|수정 18.08.21 09:26
업계 내 경쟁 치열… RM처럼 상품기획 인력도 실사 다녀
프리IPO(Pre-IPO) 블라인드 펀드에 자금 태우기도
상품 구조 생소·복잡… 부문별 경계 허물어져
  • '먹거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에 증권업권 내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상품기획부가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운용사에서 내놓는 공모주 펀드 등의 상품 '판매'를 기획하거나 정해진 틀 안에서 업무가 비교적 단순했지만 최근 1년새 분위기가 많이 바꼈다는 후문이다.

    일단 올해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 장세를 보이며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줬다. 이른바 주식시장이 안 좋을수록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상품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직접 '발로 뛰며' 상품에 담을 기초자산 발굴에 나서고 있다는 것.

    A 증권사는 여러 곳의 실사를 거쳐 육류담보대출(Meat loan) 상품 만들거나 물류센터 매입에 후순위로 들어가 높은 금리의 상품을 개발했다. B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파생상품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비상장주식 3~4개를 담는 프리IPO(Pre-IPO) 블라인드 펀드에 자금을 태우는 작업도 최근에는 상품기획부의 몫이다. 이처럼 상품기획부의 업무가 확대되고 상품 역시 다각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은행과 보험사 등 타 금융권 상품기획 인력들도 흡수하고 있다.

    동시에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증권사 기업금융전담역(RM)들처럼 중소·중견기업 등의 실사를 다니기도 하는 등 상품기획부가 'IB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류센터나 부동산, 기타 대체자산 등을 담보로 대출상품을 기획하려면 해당 기업에 대한 실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책상 업무'보다는 외부에 실사를 다니거나 괜찮을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영업을 다니는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품의 개발 및 투자 범주가 확대되는 게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부동산과 농축산물 등 유형자산뿐만 무형의 자산을 담보로 설정해 높은 금리의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상품들이 생소하고 복잡해지면서 구조화금융의 자문을 넘어, 아예 상품기획 실무자가 구조화 스터디를 하거나 해당 인력을 채용하는 등 과거에 비해 부서별 특성과 경계가 허물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황에 따라 구조화금융 자문을 받아서 상품을 기획했다면 이제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상품기획이나 대체투자 쪽 인력이 구조화를 직접 하기도 한다"며 "과거에는 '자기의 영역'만 충실히 하면 됐지만 IB뿐만 아니라 증권사 내 여러 부서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력들이 하이브리드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