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입김 강해진 CJ ENM, 콘텐츠사업 주도권 주목
입력 18.08.24 07:00|수정 18.08.27 09:29
전문가에서 그룹 재무통으로 수장 교체
장녀 이경후 ENM 상무, M&A 관장하며 부각
이선호 제일제당 부장, 애초 미디어 관심 커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 CJ ENM은 수장 교체라는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그룹 재무통이자 ‘구원투수’로 불리는 허민회 CJ오쇼핑 대표가 CJ ENM으로 왔다. 업계에선 오쇼핑과 E&M은 성격이 다른만큼 합병 후 당분간 허민회 대표와 김성수 대표,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미디어 출신인 김 대표는 2012년부터 E&M 전 사업영역총괄을 맡았다. 여러 이유로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CJ E&M을 아시아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합병과 동시에 허민회 단독 대표 체제로 출범했고, E&M부문 대표도 맡았다. 김성수 대표는 안식년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업계에선 김 대표의 카카오행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다양성을 띄었던 E&M에 CJ의 색깔을 확실히 입히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회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CJ E&M은 그룹 출신들보다 현장 전문가들이 중용되다보니 여타 계열사들과는 달리 CJ그룹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다양성이 회사를 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룹 내부에선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허민회 대표가 중심을 잡으면서 CJ ENM의 경영권은 표면적으로 그룹 출신이 잡게 됐다. 오너 입김이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고, 자연스레 CJ ENM이 후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감을 갖게 됐다. 당장 주목 받고 있는 이는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다.

    이경후 상무는 최근 동유럽 종합유통기업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를 주도하고 있다. 약 5000억원 규모로 작지 않은 딜(Deal)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수전이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첫 발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이 상무가 그룹에서 장차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을 승계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더 나아가 그룹 승계 1순위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지주사와 식품 계열사, 이경후 상무는 미디어와 커머스를 담당할 것이라는 확대 해석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이 상무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선호 부장이 미디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 부장이 경영수업을 위해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지만 당초 CJ E&M 입사를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부장이 앞서 큰 아픔을 겪은 바 있어 그룹 내부적으로도 이 부장이 하고 싶은 일은 적극적으로 밀어주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3대 사업이 물류(CJ대한통운), 식품(CJ제일제당), 문화(CJ ENM)인데 승계 과정에서 CJ ENM만 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상무가 커머스 부문에서 제한적 역할을 맡아 지금의 이미경 부회장보다 존재감은 줄 것이라는 얘기들도 나온다"고 전했다.

    허민회 대표는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CJ ENM의 내실을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 전문가답게 강점이 있는 사업은 강화 및 확장하면서 부진한 사업은 정리, 그동안 허약해진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의 일부 매각이 이뤄지면 상당 규모의 현금도 쌓을 수 있다. 넷마블, CJ헬로 지분 매각도 남아있는 카드다. 다만 미디어 부문에서 과거에 비해 다양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고민거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