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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유료방송(SO) M&A의 유력 후보였던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 환경이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불리해지면서 통신사와 케이블사업자 간 '눈치싸움'이 이어졌다.
반면 인수대상 취급을 받았던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검토 '카드'가 돌연 주목을 받고 있다. 매각이 지지부진했던 기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인지, 아니면 그룹차원에서 통신업에 대한 기조변화가 생겼고 인수의지가 강력한지는 미지수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그간 공개매각을 추진했던 딜라이브, 그리고 잠재 매물이었던 CJ헬로 모두 그간 매각 관련 '일상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딜라이브의 경우. 채권단 주도로 연초부터 매각 과정이 진행됐다. 후보들은 SKㆍKTㆍLG 등 통신3사와 CJ헬로 4곳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데이타룸 공개와 인수관련 자료제공이 수시로 이뤄졌으나 아직 최종 인수제안을 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알려진대로 신한은행 등 딜라이브 채권단의 대출만기는 내년 7월이다. 이들은 만기도래시 대출을 연장하지 않고 연내 무조건 딜라이브 매각을 기조로 삼았다. 매각 측이 방침을 정했으니 이제 각 인수후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만 남았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연초까지만 해도 CJ헬로 인수 협상을 비롯, 유료방송 인수를 주도해왔으나 최근들어 내부 인수 열기가 꺾인 분위기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막바지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LG 내부에선 여전히 무리한 가격은 제시할 수 없다는 기조다. 연초 협상 결렬 이유로 꼽혔던 ‘공정위의 M&A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 책임 귀속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는 갑작스런 LG 내부 경영진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M&A 성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던 권영수 LG 유플러스 부회장이 ㈜LG의 수장으로 이동하며 동력을 잃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다만 권 부회장이 지주사 이동 이후에도 LG유플러스 사내이사로 경영에 관여하고, 지난해까지 인수에 신중했던 곳이 ㈜LG 였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빠른 의사결정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움직임이 둔화된 건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올 초만해도 내부에선 CJ헬로 재인수를 둔 ‘명분 만들기’에 돌입했으나 현재는 잠잠하다. 그러면서도 딜라이브 인수후보로도 초청됐다. SK 내부에선 경쟁사들의 인수 상황은 꾸준히 점검해왔다. 동시에 유료방송 인수에 목매는 대신, 방향을 바꿔 콘텐츠 분야 매물을 물색 중이란 이야기도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인수후보들은 내부방침 정리가 먼저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검토가 주목을 받자, 이제는 다른 후보들에 대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할 형국이 됐다.
다만 매각 측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는 못하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업황에 불리한 상황이 문제다.
일례로 주 수입원이자 사실상 유일한 수익처인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하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홈쇼핑 채널은 방송을 송출하는 댓가로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는 데, 사업자들의 매출 규모와 TV채널 번호를 고려한 협상을 통해 최종 금액이 결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6년 CJ헬로와 딜라이브를 포함한 모든 SO들이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제외하면 영업적자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가상으로 IP TV사업을 꾸리는 통신사들이 홈쇼핑 업체들에 송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여파가 고스란히 CJ헬로, 딜라이브 등 케이블 TV 업체에 이어지고 있다. IP TV 가입자는 점차 늘기 시작해 지난해 말 케이블사 가입자를 추월했다. 이와 비례해 케이블사의 영향력은 줄어들며 수수료 배분구조도 바뀌고 있다. 최근 IP TV 1위 사업자 KT는 전년 대비 40% 이상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 홈쇼핑 사업자들의 예산 한도가 정해진 만큼 IP TV 업체로의 수수료 인상은 고스란히 케이블사 실적에 타격이 되는 구조다.
매각을 앞두고 CJ헬로, 딜라이브를 중심으로 전폭적인 가격 인하 및 회선 제공 등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가입자 질(質)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통신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결국은 유료방송 M&A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신사에게 유리해지는 구도"라고 지적했다. 매물 가치의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
다만 그간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놓고 통신3사들이 벌인 경쟁이 치열했던 점도 변수다. 대규모 자금을 들여 특정 유료방송사업자를 인수하는데는 부담이 크지만 그렇다고 타사에 넘어갈 경우 미칠 여파도 고민요인이다. 결국 어느 통신사 등이 가장 먼저 의사결정을 명쾌하게 내리느냐에 유료방송 M&A는 물론, 시장 판도가 달려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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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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