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대웅제약, 4700억 해외 제약사 M&A도 고배
입력 18.09.03 07:00|수정 18.09.04 09:24
작년부터 美 CDMO 업체 '헤일로 파마' 인수 공들여
거래 기회 얻었으나 미국 업체에 밀려 고배
해외 확장 지연 불가피…수장은 논란으로 사임
  • 윤재승 회장의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대웅제약이 최근 해외 대형 M&A에서 고배를 마셨다. 글로벌 시장 확장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대웅제약은 2013년 중국 바이펑(현 요녕대웅제약)을 인수했고,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작년엔 베트남 2대 제약사 트라파코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20년까지 100개국의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진출 국가에서 10위권에 진입한다는 ‘글로벌 2020 비전’을 세웠다.

    최근엔 북미 지역의 위탁개발생산(CDMO, Custom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업체 '헤일로 파마'(Halo Pharma) 인수를 추진했다. 거래규모는 약 4700억원 수준으로 SK그룹이 지난 7월 인수한 엠팩 파인 케미컬즈에 버금가는 규모다.

    헤일로파마는 2006년 설립된 제약 개발 및 제조 업체. 미국 뉴저지에 본사가 있으며 캐나다 몬트리올에도 공장이 있다. 통증 관리 및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의약품 등이 주력 제품이다. 70곳 이상 고객과 100개 이상의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1억달러(약 11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제약 업계에 따르면 완제의약품(Finished Dosage Form) 중 30~35% 정도가 CDMO 업체에서 생산될 정도로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DMO 시장 성장률은 연 5~7%에 이른다. SK그룹이 미국 CDMO 업체 앰팩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CDMO 사업을 추진할 만큼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대웅제약도 작년부터 대웅바이오와 함께 CDMO 사업을 추진했고, 숱한 M&A 기회를 물색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유럽의약품청(EDA) 승인 제품을 다수 생산해 온 헤일로파마를 인수한다면 단기간에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의 거점과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됐다.

    헤일로파마는 2015년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SK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했다. SK캐피탈은 특수재료, 화학 및 제약투자 전문 투자사로 운용자산(AUM)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4500억원)에 달한다. 헤일로파마 투자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는 매각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로파마에 매력을 느낀 대웅제약은 1년여 전부터 SK캐피탈에 꾸준히 접촉했고 매각 결정을 이끌어 냈다.

    여기까진 성공적이었으나 정작 인수자는 대웅제약이 아니었다.

    미국의 원료의약품 제조사 캠브렉스(Cambrex)는 7월 23일 헤일로파마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캐피탈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을 4억2500만달러(약 47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RBC캐피탈마켓이 캠브렉스, 웰스파고증권과 미국 미즈호증권이 헤일로파마 쪽 자문사로 각각 참여했다. 거래는 3분기 중 최종 완료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각고의 노력 끝에 헤일로파마를 M&A 시장으로 끌어냈으나 결국 다른 회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그치게 됐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이 승자가 되지 못한 배경으로 제약사의 높은 몸값이 거론되기도 한다.

    미국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제약 관련 업체의 거래배수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른 경쟁자까지 끼어들면서 매각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대웅제약은 국내 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재무적투자자(FI)로 초빙했으나 승자가 되지 못했다.

    대웅제약의 글로벌 진출 전략도 다소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거점 확보를 앞당길 기회가 날아간 데다, 윤재승 회장도 막말 논란으로 2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윤 회장은 올해 글로벌 진출에 공이 있는 인사들을 승진시키는 등 해외 사업 확장에 열의를 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