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중간지주 윤곽, 31일 비공개 간담회서 "물적분할후 통신사 상장" 밝혀
입력 18.09.05 07:00|수정 18.09.07 09:24
8월말 제주도서 열린 행사서 투자자 초청해 설명
SK텔레콤은 회사 쪼개 사업회사를 새로 상장해 자금유치
중간지주사에서 하이닉스 지분도 추가 매입도 검토
박정호 사장 "케이블 TV 인수하겠다" 언급하기도
  • SK텔레콤(SKT)이 비공개 투자자 간담회를 개최해 중간지주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SKT의 중간지주 전환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공식적으로 방향을 제시한 첫 사례에 해당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지난 8월 30일~31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비공개 투자자 간담회(IR) 자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현재 마련 중인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회사측 입장과 방향을 밝혔다. 박정호 사장은 지난해에도 같은 행사를 열었고 이 때 처음으로 중간지주 전환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상 내년에 도입하는 방안이 소개됐다. SKT측은 “여러 주주(Stakeholder)를 만족할 수 있는 공식을 고민 중”이라며  “이동통신(MNO)이 아닌 다른 먹거리, (예를 들어) ADT캡스·미디어·나머지 사업의 존재감이 좀 더 높아진 상태에서 진행할 것”이라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SK텔레콤을 '중간지주 회사'(가칭 'SK투모로우')와 '사업회사' (SK텔레콤)'로 물적분할, 중간지주사 아래 SK텔레콤(분할된 100% 자회사)ㆍSK플래닛ㆍADT캡스 등의 회사들이 배치되는 방안이 소개됐다.

    동시에 SK는 물적분할로 생긴 100% 자회사 SK텔레콤을 상장해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으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마련되는 공모자금은 SK의 중간지주사로 유입,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재원으로 쓰이게 될 전망이다.

    간담회에서 박정호 사장은 “그동안 (SKT에 섞여있던) 반도체와 통신에 대한 투자 기회를 나누겠다"며 "상장폐지 이후 곧바로 순수한 통신사업자로 재상장해 통신만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언급했다.

  • SKT 물적분할과 상장을 통해 '통신사'와 '반도체 회사 주주'로 나뉜 투자 포인트를 명쾌히 하겠다는 설명도 제공됐다.

    현재 SKT는 지분 20.07%를 보유한 자회사 SK하이닉스의 호황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통신업 특유의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거나 배당 확보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실적변동이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따라서 통신사업을 물적분할한 후 다른 통신사업자처럼 순수 통신사로 고배당을 약속하며 상장하게 되면 평가를 다르게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거론된다.

    한 통신업 관계자는 "글로벌 통신주에 투자하는 주요 액티브 펀드들도 다른 통신사와 달리 SK하이닉스 영향이 짙은 SKT에 투자를 못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투자자들에게 확정 배당을 약속하면 통신(MNO) 계열사 주가만도 훨씬 고평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T는 또 간담회에서 중간지주사 설립 이후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규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그룹은 의무적으로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려야 한다. 현재 SKT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20.07%) 수준에서 향후 30%까지 늘릴 경우 약 5~6조원의 재원이 소진될 전망이다. 앞서 제시한 통신 부문의 재상장을 통한 구주매출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유료방송 M&A 관련해선 주요 경영진과 CEO간 의견이 엇갈린 점이 화제가 됐다.

    SKT 미디어부문 CSO은 향후 전략을 밝히며 "케이블(SO)사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최근 M&A 전략을 컨텐츠 등으로 효율화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곧이어 박정호 사장은 "우리가 지주 역할을 하려면 미디어 분야에 확고한 포지셔닝이 되야하다보니 케이블TV 인수가 필요하다"며 "(케이블 업체를)사서 단위를 키우는 고민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