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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이 거세지면서 삼성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계열사 내에서 해결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지배력을 좌우할 지분을 블록 처분하기도 무리다.
결국 누군가를 '우군' 또는 '백기사'로 끌어들여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 백기사에게 해당 지분을 명시적인 '파킹'(Parking) 혹은 '이면거래'로 넘기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의 미래에 도움을 주면서 지분을 맡아줄만한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지분에 대한 다른 대기업의 접근이 쉽지 않다보니 전략적투자자(SI)보다는 재무적투자자(FI)가 유력할 것이란 평가다. 그것도 국내 FI보다는 해외 FI에 무게가 실린다.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그 중에서도 자기자본투자(PI)가 가능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주목을 받는다.
국회에서 계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9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이제는 요원해졌다. 삼성물산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서 현실성이 낮기도 하고, 공정거래법 개편안으로 지주사 요건이 강화돼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가로막히게 됐다.
연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깨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IFRS17에 대비해 자본력 확충이 시급한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서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을 우군이 필요한 셈이다.
일각에선 KCC의 경우처럼 백기사를 끌어들이거나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재벌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도 거론한다. 다만 그 규모나 삼성그룹의 스타일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보다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한 때 백기사였던 KCC는 여러 투자 건으로 자금 소요가 늘어나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각 그룹이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너 간의 교감이 없는 이상 다른 재벌그룹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남는 것은 자금력이 풍부한 FI 혹은 금융기관 정도다. 다만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담보하려면 확실한 영속성과 의사결정의 일관성이 담보되는 곳이어야 한다.
따져보면 국내 기관투자가나 PE들은 삼성이 선뜻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국내 FI 대부분은 투자를 할 때 국민연금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으로 국민연금과 삼성이 서로 껄끄러워진 관계가 됐다. 다른 연기금이나 국민연금의 돈을 받는 FI들이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대형IB가 있다고는 하지만 자기자본투자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최근 글로벌 PE들이 국내 재벌기업들의 투자활동에서 우군이 되는 경우가 늘긴 했다. 다만 보수적인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에 글로벌PE를 끌어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삼성은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PE는 아직 없다”며 “사업 확장 과정에서 투자 유치라면 모를까, 삼성전자의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서 글로벌PE 카드는 꺼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결국 남는 것은 글로벌 IB다. 연일 외국계IB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내고는 있지만 직접투자 계정이 있는만큼 삼성전자 지분을 팔겠다고 하면 줄을 설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공고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이들의 지지가 절실하다. 일반 외국인 주주들은 대부분 IB를 통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린다.
외국계IB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맞지만 현재 다시 가치주가 된 상황에선 향후 5년 정도는 보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글로벌IB가 국내 증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이들을 우군으로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점도 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가 됐다. 이후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후 글로벌IB가 지분을 매입한 후 주가가 다시 상승한다면 그 이득을 고스란히 외국인들이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강화를 위해 외국인들을 활용했다는 여론이 생성되면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부담이다. 결국 겉으로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파킹(Parking)한 것과 다름 없지 않느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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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31일 07:00 게재]
계열사 통해 해결하기 어려워
국민연금 관련 국내기관 투자 기대 낮아
글로벌PE는 경영권 위협할 수도
우군 될 수 있는 글로벌IB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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