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개편 활용도 떨어진 현대글로비스
입력 18.09.07 07:00|수정 18.09.10 09:21
성장성에 의문…지배구조개편 제외설에 주가 급락
글로비스 주가하락에 "정 부회장 자금마련도 어려워져"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外 다른 방안 마련할 수도
  •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부진은 현대글로비스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지난 지배구조개편 때보다는 현대글로비스에 다소 불리한 조건들이 제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가는 3년 내 최저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하락은 곧 '정의선 부회장의 자금줄이 말라간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현대차가 지배구조개편을 발표하자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50% 이상 급등했다. 현대모비스의 핵심인 모듈 사업을 합병하겠다는 계획으로, 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최적의 방안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대차가 내놓은 지배구조개편 방안은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무산됐고 글로비스 주가는 3월 이전보다 더 하락해 주당 10만원대까지 근접하기도 했다. 이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듯 했던 주가는 글로비스가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얘기가 시장에 퍼지면서 다시 급락하는 추세다.

  •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을 위해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기존에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일부 사업을 글로비스에 합병하는 방식 등을 다시 선택하기는 위험이 크다. 현대차가 다른 방안을 만들어 내지 못해 유사한 방식으로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한다 해도 기존 방식보다는 모비스 주주들에 더 초점이 맞춰진, 즉 글로비스가 이전 방식보단 덜 수혜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기존 모비스를 활용한 분할합병 방식으로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모비스 사업부를 온전히 떼내 글로비스에 붙이는 방식은 주주들의 반발에 다시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며 "합병 비율을 대거 조정하거나 아예 글로비스를 배제하고 현대차를 활용한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배구조개편을 차치하고도 글로비스의 자체적인 사업 성장성은 높게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역성장 했고, 순이익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도 글로비스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율은 29%, 최근 개정안은 이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오버행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글로비스 지분이 일정 기간 내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가에 대한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라며 "지배구조개편에서 다소 소외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오버행 이슈가 겹치면서 당분간 글로비스에 대한 투자심리가 완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사실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하락은 정의선 부회장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은 글로비스(23.3%)와 기아차(1.74%), 현대엔지니어링(11.7%) 정도인데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지분은 사실상 글로비스 밖에 없다는 평가다. 주가 하락으로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를 활용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조성되면서 지배구조개편 작업도 기존안보다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하면서 기존안을 수정·보완해 다른 전략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르면 오는 9월, 또는 올해 안에 수정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