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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10년만에 부동산신탁업의 문호를 개방하며 업계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탁사들의 손익계산도 분주해졌다. ‘큰 손’이 새로 진입하기 전 회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신규 진입 무산된 업체들의 추가 수요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부동산신탁업의 경쟁을 높이기 위해 최대 3곳까지 신규 인가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에서도 부동산신탁 시장에 대해 경쟁이 충분하지 않고 수익성도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발표 후 신규 인가를 얻으려는 업체들은 사업계획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개발 주선사업을 확장 중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과거 신탁사 인수를 꾀했던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산운용사 등도 경쟁 구도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사업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올해까지 이어진 부동산 활황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은 유지하고 있지만 부동산경기 하락 신호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회수를 고민한다면 그 시기를 언제로 정할 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NICE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2013년 이후 주택경기의 개선과 분양시장의 활황을 바탕으로 부동산신탁업의 수탁고와 영업수익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5~2016년 중 대거 수주된 토지신탁 사업장이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완료되면서 2019년부터 이익창출력과 자본확충 속도가 저하해 유동성 대응능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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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신한금융그룹, 진원이앤씨 등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신한금융이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인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신탁사 외에 개인 주주가 가지고 있는 기존 신탁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매각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감안할 경우 후보와 시기 등에서 감안할 변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LF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준비하가고 있다. 개인 주주들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있다.
M&A 업계에선 코리아자산신탁, 무궁화신탁, 국제신탁 등 개인 대주주가 있는 중소형 신탁사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신탁사 신규 인가에 따라 가치가 오르내릴 수 있고, 잠재 인수자들이 꾸준히 접촉하려 던 곳들이기도 하다.
신규 인가를 받은 업체들이 당장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쟁 강도가 세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대형사들이 뛰어들면 '자본의 힘'에서 밀려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신규 업체들이 발을 담그기 직전인 지금이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회사를 매각할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M&A 자문사들도 개인 신탁사에 꾸준히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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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살피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의견도 없지 않다.
부동산신탁업의 미래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황금알을 낳아 왔다. 라이선스를 얻으려는 곳들도 적지 않다.
새로운 인가 수가 예정보다 줄거나, 의지가 강하던 곳이 고배를 마실 경우 잠재 매물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신탁사들의 경쟁력은 신규 업체 대비 더 높다. 신규 인가가 나온 후에도 기존 업체들의 입지는 공고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몸값도 더 오를 여지가 있다.
M&A 자문사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계획이 나오는 즉시 신규 인가를 신청하겠다는 곳들이 많다"며 "개인 회사들은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에 매각해야 할 지, 아니면 인가를 얻지 못한 후 경쟁 구도를 기다려야 할 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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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28일 07:00 게재]
당국 신규 인가 계획 밝히며 업계 지각 변동
부동산 활황 타고 호실적 누리지만…실적 둔화 경고음도
"지금 회수해야 vs. 판도변화 살펴도 늦지 않아"
부동산 활황 타고 호실적 누리지만…실적 둔화 경고음도
"지금 회수해야 vs. 판도변화 살펴도 늦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