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신용도 하락 트리거, '쉬완스'와 '대한통운'
입력 18.11.23 07:00|수정 18.12.03 10:13
쉬완스 인수로 양 신평사 하향 트리거 충족
연결기준 차입 고려시 CJ대한통운 M&A 부담도 반영
속도조절 나설 제일제당, 확장 필요한 대한통운 의사조율 관건
  • CJ제일제당이 고대했던 미국 쉬완스컴퍼니 인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백지화하면서 2조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홀로 부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주요 재무지표도 각 신용평가사가 내 건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충족하게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이 자체적인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자회사 CJ대한통운의 사업 확장으로 인한 부담이 전이되는 점도 고민거리다.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가 확정된 직후 한국기업평가는 스페셜코멘트를 통해 “사업 측면의 상당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나, 재무 측면에서는 중‧단기적으로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자금소요에 따른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계속된 투자로 회사 재무여력이 약화된 점을 감안하면 자금 지출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 측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미국 내 현지 특수목적회사(SPC)에 약 1조5000억원을 출자하는 동시에 현지 금융기관(미즈호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조달할 계획이다. 총 2조1000억원을 들여 쉬완스 지분 80%를 인수한다. 막판에 JKL파트너스와의 공동 인수안이 결렬되면서 해당 인수금액 전액은 CJ제일제당의 몫이 됐다.

    문제는 회사의 재무여력이 넉넉지 않은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3577억원)하고, 올해 4월 CJ헬스케어(1조3000억원)를 매각하는 등 자금 확보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회사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올 3분기 7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오히려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신평은 “CJ헬스케어 매각자금이 해외부문 사업 안정화를 위한 설비투자(CAPEX) 및 운전자본 투자로 상당부분 소요됐고, 해외차입금의 환율 변동까지 반영돼 순차입금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 등 쉬완스 인수 부담을 반영할 경우 CJ제일제당의 재무지표는 각 신평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신용등급(AA/안정적) 하향 트리거 수준을 넘게 된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 5배'를 제시하고 있다. 한기평은 주요 자회사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지표로, 한신평은 제외한 지표로 판단한다.

  • 쉬완스의 올해 예상 EBITDA와 인수 금액을 반영할 경우 CJ제일제당의 해당 지표는 대한통운을 포함한 기준으론 5.2배, 제외한 기준으로 5배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두 신평사의 하향 기준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양 사 모두 ‘안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한 만큼 즉각적인 등급 하향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지표에 따른 정량적 평가에 비중을 두는 만큼 변동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의 자체적인 대규모 투자는 이번 쉬완스 인수로 대부분 끝난 만큼 당분간 투자 회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후에도 현지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증권사 식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쉬완스가 매년 안정적인 EBITDA를 창출하고 무차입에 가까운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대주주가 큰 투자 없이 ‘현상유지’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며 “CJ의 인수 목적은 기존 대주주와 달리 확장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현지 투자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하나의 변수는 자회사 CJ대한통운의 행보다. CJ제일제당의 신용도를 연결기준으로 평가하는 곳도 있어 CJ대한통운의 재무여력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특히 올해 초 그룹 차원에서 'CJ제일제당-영우냉동식품-KX홀딩스' 삼각합병을 단행하면서 CJ제일제당의 CJ대한통운 지분은 기존 20.1%에서 40.2%로 크게 늘었다. 당시에도 CJ대한통운의 단독 모회사가 된 CJ제일제당이 CJ대한통운의 공격적인 투자 부담을 모두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030 월드베스트 CJ'라는 그룹 목표를 위해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다. 신용도 측면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CJ제일제당과 확장 의지가 큰 CJ대한통운 간 의사 결정이 중요해 질 수 있는 시점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독일 현지 물류회사 슈넬리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예상 인수 금액만 1조원 수준에 달해 CJ대한통운은 물론 CJ제일제당의 재무 여력에 미칠 영향도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