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 깎기 감수하고 상장 서두르는 에어부산
입력 18.11.28 07:00|수정 18.11.29 14:34
증시 입성 세 번째 도전…PER 5배 수준으로 할인
리스 기준서 개정에 연내 상장 마무리 강행
국제유가 급락에 항공주 상승세지만 수요예측 낙관 어려워
  • 삼수째 증시 문을 두드리는 에어부산이 높은 할인율을 적용, 공모가 밴드를 보수적으로 산정해 눈길을 끈다. 리스 기준서 개정 때문에 서둘러 기업공개(IPO)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제살 깎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공모 희망가를 낮춰도 증시 여건이 양호하지 않은 분위기라 이 같은 평가 절하가 오히려 ‘브랜드 가치’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 주가수익비율(PER) 평가방법을 통해 상대가치를 산출했으며 적용 PER은 8.6배다. 해당 PER을 적용하면 에어부산의 주당 평가가액은 5840원이지만 31.50~38.35%를 할인해 공모희망가 밴드를 3600~4000원으로 정했다.

    해당 밴드를 기준으로 PER을 역산하면 5.30~5.89배 수준에 불과하다. 비교 기업 중 톱티어(Top-Tier)인 제주항공(PER 8.8배)을 제외하더라도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의 PER이 각각 7.5배, 9.5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저평가된 것을 알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가 ‘K-IFRS 제1116호 리스 기준서 개정’ 때문이라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해당 기준서가 내년 1월부터 도입되면 임대료가 재무제표상 비용이 아닌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올 3분기 말 기준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102.87%지만 회계 기준 변경이 적용되면 내년에는 부채비율이 310.09%까지 증가하게 된다. 에어부산 입장에선 해당 기준이 도입되기 전에 상장을 끝내야 재무상태가 건전해 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에어부산의 IPO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에어부산의 공모 규모는 187억여원에 불과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으면 보유 지분 가치가 상승해 부채비율 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몸값 낮추기에도 수요예측 흥행을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시 악화로 수요예측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앞서 상장한 티웨이항공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점 역시 에어부산의 발목을 잡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쟁 강도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에어부산이 상장 계획을 연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다 연말연시에 비행기 수요가 늘어나는 점 때문에 이달 들어 항공주가 반등 분위기지만 그만큼 외부 변동성이 큰 업종이라 수요예측 흥행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