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사업 1순위 원매자로 떠오른 현대백화점
입력 19.01.14 07:00|수정 19.01.15 08:50
유통업계 내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각설 꾸준히 제기
자금력 풍부한 현대百그룹 인수 유력 후보
수입 브랜드 라이선스 및 네트워크 매력
신규 출점보단 M&A가 실적 올리기에 효율적
  • 삼성물산이 이서현 전 사장의 공백을 메우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지만 패션부문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유력한 원매자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그룹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룹 기조가 화학부문 투자에 집중하고 있고,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 지분을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현대백화점의 인수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의 패션사업은 그야말로 그룹 인수합병(M&A)의 역사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를 통해 패션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2년엔 한섬(4200억여원)을, 2017년엔 SK네트웍스 패션부문(3200억여원)을 인수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백화점‧홈쇼핑‧아울렛‧면세점), 패션(한섬‧현대G&F‧한섬글로벌), 리빙‧인테리어(현대L&C·리바트)를 그룹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삼성물산은 자체 브랜드인 빈폴과 갤럭시 외에도 발망(Balmain), 톰브라운(Thom Browne), 콜롬보(Colombo), 띠어리(Theory), 발렉스트라(Valextra),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토리버치(Tory Burch) 등 다수의 해외 명품 브랜드의 수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M&A를 통해 패션사업을 확장하는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서 충분히 욕심이 날 만한 매물이라는 평가다.

    삼성물산의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8 Seconds)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M&A 성사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패션업계에서 갈수록 브랜드 론칭이 어려워지는 점이 한몫한다. 통상 신규 브랜드 론칭보단 기존 브랜드 인수가 더 효율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에잇세컨즈인 것은 분명하지만 빈폴과 갤럭시 등의 자체 브랜드 파워만 해도 이를 상쇄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백화점의 브랜드 유치 경쟁은 곧 네트워크 싸움인데, 삼성물산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현대백화점 입장에선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실적 개선에서 백화점 출점보다 M&A를 통한 브랜드 확대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생각해볼 만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9000억여원)과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1조여원) 등을 짓는데 1조원 안팎의 자금이 들어갔다. 반면 패션사업 M&A에 드는 비용은 커야 3000억원대 수준이다. 백화점 신규 출점 비용으로 기업 3곳을 인수할 수 있다. 또한 백화점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는 만큼 새 수익원 인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각으로 지배구조 정리를 위한 실탄(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패션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윈윈(win-win)일 것”이라며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이 M&A 검토는 공격적으로 하지만 비용은 보수적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매물이 나오더라도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