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압박ㆍ국민연금 적극 개입해도…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이사 유지 유력
입력 19.01.25 07:00|수정 19.01.28 10:18
국민연금, 이미 2014년부터 매년 조양호•조원태 선임 반대
매년 의결권 행사해도 주총 결의 요건 못채워 효력 상실
적극적 주주권 행사? 해임하려면 특별결의 요건 넘어야
일반 주주들 적극 동조 없으면 상징성ㆍ제스처에 그칠수도
  • 한진그룹을 둘러싼 기류가 재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연금 주주권 적극 행사를 선언했으나 정작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이를 반대해 논란이 커졌다.

    표면상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의 '당위성' 또는 '경영간섭' 논란이다. 하지만 실제 관심사는 조양호 회장 일가 몰아내기에 국민연금을 활용할 수 있는지로 귀결된다.

    '원칙 마련'보다 '한진 조양호 일가'에 더 방점이 찍혀 있는 구도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도 올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 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거나 혹은 이사 해임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매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왔어도 조양호 회장이 단 한번도 재선임에 실패한 적은 없다.

    2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매년 조양호ㆍ조원태 부자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져왔다.

    조양호 회장 부자는 2014년 한진칼과 ㈜한진 사내이사로, 2015년과 2016년에는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그리고 다시 2017년에는 한진칼과 ㈜한진 사내이사로 재선임 안에 올랐다.

    그때마다 국민연금은 '과도한 겸직으로 충실한 위무수행 우려'(2014년), '재직기간 과다로 독립성 훼손 우려' (2016년), '과도한 겸임 및 장기연임' (2017년) 등을 이유로 내세워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표를 던진 경우는 2018년 딱 한 해에 그친다.

  • 그럼에도 불구, 조양호 회장 등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현행 상법(368조1항)에서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 과반수+발행주식 총수 1/4 이상 결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한진칼에 대한 조 회장 일가 지분이 29%, 한진에 대한 지분율은 34%, 대한항공 지분율이 33%에 달하다보니 이 요건은 쉽게 충족된다.

    한마디로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있어도 오너일가에 대한 견제로 힘을 발휘하기에는 부족했다는 뜻이다.

    올해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끝이 난다.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연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역시 국민연금은 이번에도 과도한 겸직 등의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율을 보면 오너일가 및 우호지분만 합쳐도 조 회장의 임기 연장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은 게 아니라 행사를 해도 영향력이 작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등에 대한 '이사해임'을 들고 나오는 방법도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서다. '정관변경' 또는 '사외이사 추천'이라는 방법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효성도 낮고, 실익도 없다. 해임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표대결에서 통과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부터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상법 434조)에 따라 출석 주주 2/3이상에 발행 주식 1/3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해임이 가능하다.

    KCGI가 2대 주주로 나선 한진칼만 예를 들어봐도 해임이 쉽지 않다.  KCGI와 국민연금 지분율을 합쳐도 18%에 그친다. 반면 조양호 회장측 지분율이 29%에 달한다. 전체 주주가 빠짐없이 주주총회에 참여한다고 해도 조 회장일가로서는 추가로 단 3~4%의 우호지분만 더 모으면 해임안을 막을 수 있다. 한진이나 대한항공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관변경' 역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라 통과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이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한다고 할 경우 이들을 어떤 과정을 거쳐 뽑고 검증하느냐란 새로운 논란거리가 생긴다. 게다가 한진그룹의 경우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다급하게 이사 추천후보를 찾기도 무리다.

    결국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상징성'에 더해 다른 기관들을 규합할 원동력 정도로 그칠 전망이다. 동시에 주주총회 표 대결 상황에서 KCGI와 외부세력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진그룹에 대한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1% 이상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데 한진그룹 주주총회에서 상당한 주주제안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양호 회장은 올해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내년 한진칼과 ㈜한진 2021년 진에어 사내이사직 임기가 만료된다. 조원태 사장 또한 내년 한진칼과 ㈜한진•한국공항의 임기가, 2021년엔 대한항공 임기가 만료된다.

    오히려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과 내후년까지 한진그룹을 향한 공세의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다음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시 그 범위 등'을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