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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아람코(Aramco)에 매각한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에서 꺼내든 카드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대중공업은 당분간 대규모 자금조달, 즉 재무구조 개선 걱정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조선·엔진·플랜트·정유' 분야의 다양한 설비를 현대중공업이 맡게 될 가능성이 커 수주 잔고 적립도 기대된다. 아람코 또한 안정적인 원유 수요처를 늘릴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가 높은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로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한만큼 2대주주 아람코와 불편한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한계도 지적된다.
◇ 아람코, 오일뱅크 가치 '10조원' 평가…시장 추정치 보다 2조~3조원 높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평가한 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이다. 아람코는 이를 고려해 오일뱅크 지분 19.9%를 최대 1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당 인수가격은 약 3만6000원으로, 양사의 이사회 의결이 마무리되면 최종 계약이 성사된다.
아람코가 평가한 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시장의 밸류에이션 추정치(컨센서스)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원유 생산 확대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정제 마진 또한 급격히 줄어들었다. 역마진 우려까지 나오자 정유업체의 주가도 급락했다. 동종 업체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곧 오일뱅크 상장과 직결됐다. 정유업이 호황일 때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되던 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은 현재 7조~8조원 수준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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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의 투자는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 성격이 강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일뱅크의 상장을 수 차례 추진해 왔으나 결국 실패했다. 현재는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메릴린치 등으로 구성된 주관사단에 '상장 예비심사 재청구 방침'을 전달한 상태다. 아람코의 엑시트(Exit) 전략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으나, 오일뱅크가 추후 IPO를 진행할 경우 구주매출 등의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람코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어 오일뱅크를 평가했다는 것은 의아하다"면서도 "아람코가 석유 산업에서 메이저 플레이어인 만큼, 국내 전문가 보다 기본적인 산업에 이해도가 높을뿐더러, 정제 마진률 조정 등을 비롯한 (오일뱅크의) 수익률 제고 시나리오도 생각해 높은 밸류를 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내 증권사 정유·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IPO를 해 1조8000억원의 자금을 모으려면 20%가 아니라 30%를 구주매출 했어야 하는 상황인데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굉장히 잘 된 일이다"며 "세부적인 양측의 득실은 합의 조건을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 IPO 고민 덜어낸 현대중공업…일단 IPO '스톱', 재개시 최소 10조원이 시작가?
아람코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만큼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더 이상 상장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아람코와의 주주간계약에 따라 일정 시일 내에 상장을 완료해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당장은 주식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오일뱅크 상장은 그룹이 어려울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마지막 카드였다. 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언급될 때마다 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실제로 오일뱅크는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인 동시에 계열사 신용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룹의 주력인 조선업은 수년 째 부진하다. 수주가 다소 살아나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10%씩 종업원을 줄였을 정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꾸준히 추진된 오일뱅크의 IPO 또한 그룹의 재무구조개선 목적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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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은 "프리IPO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한 만큼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불가피하게 연기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신사업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상장 필요성이 당장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추후 상장을 추진할 때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오일뱅크의 상장이 기대치보다 다소 낮은 가치평가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에 차후 진행될 IPO는 기업가치 최소 '10조원'을 못박고 시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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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석유 재벌을 파트너로 맞았다는 것은 단순한 투자 유치의 의미를 넘어선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아람코 네트워크를 통한 조선 및 플랜트 수주확대를 꾀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실제로 지난 2015년 '조선·엔진·플랜트·정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양사의 MOU 체결을 전후로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에 지분을 넘기고, 투자금을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실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 원유 장기 공급처 확보한 아람코…"신사업에 현대重 기술력 활용"
아람코는 장기적인 원유 공급책을 확보하는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글로벌 원유 공급업체들은 신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아람코를 비롯한 메이저 원유 업체들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과 같은 정유업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고, 최근엔 화학 분야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원유 소비가 가장 많은 자동차 산업이 점차 친환경차량 시장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원유 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화학 관련 한 연구원은 "원유사들이 기존의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다운스트림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며 "휘발유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석유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 또한 "지난 2014년 원유가격 폭락으로 인해 공급과잉이 시작하면서 아람코의 고민도 더 깊어졌고, 새로운 고객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를 파트너로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람코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기타 대륙까지 정유·화학산업까지 손을 뻗칠 경우, 플랜트 설비 기술을 보유한 현대중공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3년 전 현대중공업과 MOU를 맺으면서 밝힌 바와 같이 '조선·엔진·플랜트·정유' 분야의 다양한 설비를 현대중공업에 맡길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불편한 동거 불가피…아람코 비중 늘리면, 오일뱅크 공급선 다각화 전략 수정?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에서 원유 공급선 다각화에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투자유치를 통해 아람코를 2대주주로 맞이한 만큼, 공급선 다각화 전략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아람코가 결국 밸류에이션을 높게 준 이유는 원유 공급 계약을 장기적으로 체결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선 기존 거래선을 바꾸고, 조달비용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오일뱅크는 원유 공급선 다변화에 성공하면서 실적도 굉장히 좋았다"며 "다만 이번 투자유치 조건에 아람코 공급 비중을 늘리는 게 당연히 포함돼 있을텐데, 이 경우 회사 수익성 측면에선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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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19.9%를 확보한 아람코가 오일뱅크 이사회 구성원으로 포함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아람코 측 인사가 이사회에 포함될 경우 아람코의 자회사 '에쓰오일'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람코 인사가 보드멤버로 들어가 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의 정보가 모두 들어오면 이해상충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오일뱅크는 비정유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향후 오일뱅크의 투자 전략 또한 수정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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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28일 16:48 게재]
사우디 아람코, 1.8조 투자해 오일뱅크 지분 19.9% 확보
현대重 "투자유치로 재무구조개선, 오일뱅크 IPO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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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에쓰오일과 이해상충 문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