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현대중공업에 자금부담 없도록 대우조선 이양?…특혜 논란 불가피
입력 19.01.31 11:10|수정 19.02.01 10:40
작년 8월 현중이 첫 제안…당시에는 '거절'
무슨 이유에서인지 1달여만에 현중 선택
현대중공업, 자금부담 없이 손쉽게 대우조선 받아
공적자금 회수 늦어질 듯…특혜 논란 불가피
  •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갑작스레 가시권에 들어왔다. 31일 오후2시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관련 사안을 논의ㆍ승인한다. 이어 3시30분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기자간담회도 예고돼 있다.

    별도로 이날 오전에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산업은행 등이 모여 관련회의 개최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현대중공업이 먼저 제안해서 시작됐다.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 작년 8월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에서 일부 사업부 등만 인수할 수 없느냐"를 제안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이 제안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따져 '불가'방침을 전했다. 이 무렵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2만원대 후반으로  지금 주가 절반을 좀 웃도는 수준이었다. 독과점 문제를 우려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가 지난 12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양측 협상이 갑작스레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은 EY한영을 자문사로 뽑았다. 그리고 채 1달 남짓한 기간만에 거래가 진행됐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공개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업체를 찍어 넘기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또 매각방식이 현대중공업에 거의 자금부담을 주지않는 형태다.

    자연스레 '특혜논란'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정확한 거래구조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대중공업측과 산업은행이 주식교환 또는 신주발행 등을 추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어쨌든 '구주매각'은 빠져 있다.

    이날 대우조선해양이 산은과 별도로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도 신주와 스왑 등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시가총액 약 10조원)은 ▲현대중공업지주 등 34% ▲국민연금 9.4% ▲KCC 6.8% ▲기타 및 소액주주 42.9%로 분포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시가총액 약 4조원) 지분은 ▲산업은행 55.7% ▲하나은행 8.4% ▲블랙록 5.6% ▲기관 및 소액주주 30.3%로 나눠져 있다.

  • 현대중공업지주가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 대가로 산업은행이 신설회사 지분을 받아 2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어떤 식으로든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의 1대 주주가 되는 형태다.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신규 자금 소요가 거의 없다.

    또 이후에 대우조선 등에 조단위 규모의 추가증자가 단행된다고해도 구주매각과는 얘기가 다르다. 1대 주주로서 이미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증자를 단행하고 해당 증자대금이 회사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간 대우조선의 여러 리스크가 거론됐지만 어쨌든 시가총액 4조원대의 '빅3' 회사다. 또 조선업 업황 개선이 기대되기도 하고,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이런 회사의 1대 주주가 되면서 구주인수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것은 큰 '혜택'에 해당된다.

    반면 산업은행은 수조원이 투입된 대우조선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큰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신설될 회사의 주식으로 교체받는다고 해도 이를 통해서 확보할 자금이 시가 2조원이 넘는 지분을 매각했을때 비해 더 높아질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산은은 이번 거래의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승적 결단과 필요성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 특정업체를 찍어 거의 자금 부담없이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자된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는데 대한 지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