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인수 이후...숙제 끝낸 LGU+, 반격 나선 SKT, 사면초가 KT
입력 19.02.21 07:00|수정 19.02.22 14:17
LG 1년 협상 끝 1인당 50만원선 합의
SKT, 곧장 티브로드 합병 건으로 맞대응
대응 마련 못한 KT, 'CEO 책임론‘까지
  •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확정되면서 유료방송 인수를 두고 눈치싸움만 벌여온 통신 3사의 의사결정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계약까지 약 1년여 시간을 공들여온 LG유플러스는 캐시카우 확보에 성공했다. 미디어 육성 전략‧가격 정당성 확보 등 시장 설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가입자 수 확보보다 ‘자체 미디어‧콘텐츠’ 확보로 성장 방향을 정한 SK텔레콤(SKT)은 태광과 손을 잡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입자수 3강 구도에서도 밀려나지 않으면서 현금유출은 최소화하려는 포석이다.

    반면 이번 M&A에서 이렇다한 대응을 내놓지 못한 KT는 황창규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유료방송 2위 도약” 숙원 푼 LG유플러스, 이제 콘텐츠‧미디어 확보에 전력

    케이블 업계 4위에 그쳤던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로 단숨에 2위 사업자로 도약하게 된다. 밖으론 CJ그룹과 가격 협상에, 내부에선 지주사의 보완 지시와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의 반대 보고서에 속앓이했지만 결국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성공했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의사결정이 남았지만, 계약 이전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비치기도 했다. LG측도 통신부문 1위사업자인 SKT의 상황과 다른 부분을 강조하는 만큼 통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인수가를 두곤 의견이 갈린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시가총액에 인수 프리미엄, 순차입금을 합산한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를 가입자 수로 나눠 가입자 1인당 가치를 판단한다. 이 기준으로 LG유플러스가 지불한 가입자 당 가치는 약 51만~52만원으로 3년 전 SKT-CJ헬로 협상 당시(EV 기준 61만원)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과거 대비 CJ헬로의 주가 및 이익 하락 폭을 고려했을 때 '비싸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잔여 매물로 거론되는 딜라이브, 현대HCN 등에도 일종의 기준가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CJ그룹에 일부 지분을 남긴 점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M&A 이후 일련의 조건으로 CJ그룹과 LG그룹 간 미디어 분야 동맹을 약속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SKT의 OTT 서비스 옥수수와 공중파 3사의 푹(PooQ)간 결합과 유사한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CJ ENM에서 자사 OTT 서비스 티빙(Tving)을 자회사로 분사하고, LG 측의 지분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 등이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향후 대규모 현금이 투입될 5G망 투자 등 자금 운용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M&A에 뭉칫돈을 투입한 만큼 향후 5G분야에서 중국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 채택을 놓고 회사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것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LG유플러스가 LTE 네트워킹을 화웨이 장비로 운용하고 있고 단가가 경쟁사 대비 30% 저렴한 점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 ◇ 가입자 확보보다 자체콘텐츠가 우선인 SKT…최소 현금 유출로 3강 구도 유지

    SKT 입장에선 케이블TV 인수 우선순위를 둔 내부 고민이 이어져 왔다. 미디어 전략은 자사의 OTT 서비스 ‘옥수수’등 자체 콘텐츠 확보와 이를 통한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성장 정체가 뚜렷한 케이블TV시장 영향력 확보에 큰 비용을 지출하기도, 경쟁사들의 점유율 확대를 손 놓고 지켜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유력 매물로 티브로드가 낙점됐다. SKT와 태광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성사될 경우 SKT가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로, 태광이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상호 주식교환 형태로 거래 구조가 논의되다 보니 현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LG유플러스와 CJ헬로 합병법인의 점유율과 근접한 수준까지 가입자를 확보해 IPTV 3강 구도를 유지할 방안이다.

    이미 SKT와 태광그룹 양 측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전반적인 거래구조에 대한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태광 측은 지난해 3월 경 현 티브로드 2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 측에  콜옵션을 행사해 잔여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마무리되며 공정위의 기업결합신고 등 제반 절차가 시작된 시점에 맞춰 거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통신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SKT 내부에선 매년 올드미디어인 케이블TV 점유율을 두고 마케팅 비용에 돈을 쓰는 게 무의미하다 생각 할 수도 있다”며 “그 비용을 차라리 자체 콘텐츠 투자 등 생산적 방향에 쓰도록 판도를 바꾸려면 유료방송 시장의 구획정리가 필요했는데, SKT가 태광과 손을 잡으며 최소 비용으로 이를 추진 중인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외부 변수 호소하는 KT, 정작 CEO 리스크로 불씨 옮겨가나

    KT는 국회의 완강한 반대 의사란 암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 KT의 M&A 자체를 차단한 합산규제 재도입을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점과 달리 ‘방송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회에선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회사 측에선 합산규제의 불합리성을 알리는 한편, 이로 인해 통신3사 중 자사의 케이블TV 인수 작업이 중단된 점도 넌지시 강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마지막 매물인 딜라이브가 주목받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KT측이 LG엔 허용된 M&A를 자사가 못하는 건 불합리 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채권단 관리 하에 고사 위기에 놓인 딜라이브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건 결국 M&A라는 점을 내비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내년 7월이면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일부 금융권에선 채무 연장이 어려워지면 현재 '투자금융부'에서 관리 중인 딜라이브를 '구조조정 부서'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KT가 외생적인 변수에 의해 성장이 정체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황창규 KT 회장의 'CEO리스크‘를 회사 성장의 걸림돌로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자칫 '꼼수'로 내비칠 수 있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우회인수를 섣불리 꺼낸 점, 같은 시기 겹친 아현동 화재 청문회에서 국회 대응에 미비했던 점 등이 질타받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은 이제 자체 콘텐츠 투자‧OTT 육성 등 뉴미디어로 옮겨갔지만 국내에서 이를 주도하는 곳은 여력이 있는 SKT, CJ와 손을 잡은 LG로 2파전 양상이 되는 모양새”라며 “시장 변화를 선도하지 못한 KT에 대해 주주들이 CEO 책임론이 부각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