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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이 수십 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다시 오너 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사진)은 그룹선박해양영업 대표ㆍ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ㆍ지주 경영지원실장 등 직함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설 기반을 다졌다. 앞으로 정기선 부사장이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선 오너 경영인이 현대중공업을 이끌어도 된다는 명분과 이를 뒷받침할 경영능력을 투자자에게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요타ㆍ포드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오너 경영인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번갈아 도입한 바 있다. 이들 회사의 오너 일가는 지분을 통해서가 아닌 검증된 경영능력으로 CEO 자리에 올랐다. 정 부사장도 승계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우조선해양 M&A는 이런 정기선 부사장 승계 스토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승계 스토리의 핵심으로 지목 받았던 곳은 '현대글로벌서비스'로 꼽힌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돼 2016년 11월 출범한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다. 정기선 부사장은 본인의 강력한 의지로 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대표이사까지 맡았다. 이로 인해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 시험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분할 때부터 알짜 사업부문을 현대중공업에서 떼내어 지주에 붙이다보니 '총수 사익 편취'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A/S를 맡고 있어 새 환경 규제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현금이 유입될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첫 해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2400억원, 1140억원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700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고속성장 중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2년까지 매출 2조원, 영업이익 4030억원을 목표로 한다.
당연히 이런 고속성장 발판에는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 지난 3분기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주요 매출처는 현대중공업, Hyundai Global Service Europe 순으로 비중은 각각 16.7%, 16.3%에 달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통한 승계 스토리에 제동이 걸렸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를 넘을 때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넘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그리고 이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규제 범위가 넓어진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르면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비중이 연 매출의 12% 넘지 않아야 한다.
정기선 부사장과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각각 5.1%, 25.8%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라 강화된 규제 기준을 훌쩍 넘는다. 따라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앞으로 강화될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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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민을 대우조선해양 M&A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우조선 M&A의 핵심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조선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여기에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을 집어넣는 방식이다. 이때 현대중공업지주 아래에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도 동시에 조선합작법인으로 옮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오너일가→현대중공업지주→현대글로벌서비스' 인 지배구조가 '오너일가→현대중공업지주→조선합작법인→현대글로벌서비스'으로 한단계 추가되게 된다. 이때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과거 지주회사의 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탈바꿈하면서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강화될 오너일가 사익편취ㆍ일감몰아주기 대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글로벌서비스에 대한 내부거래 제약이 줄어들고 매출 2조원 목표치를 달성하기도 한결 쉬워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그룹에 편입할 대우조선해양의 물량도 가져오면서 더욱 덩치를 키울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공로를 정기선 부사장의 몫으로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승계구도의 명분과 실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현대중공업측은 이에 대해 '미확정 사안'이라는 입장으로 물러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현대중공업 내 물적분할할 사업부문도 정해지지 않았고 다른 계열사의 행방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정기선 부사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M&A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연히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신생 회사를 매출 2조원대 회사로 키우는 성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런 그림대로라면 그룹 차원에서 큰 결정을 내리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현대중공업의 경영자로서 자질을 입증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스토리도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M&A가 독과점 이슈 등 이유로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독과점 이슈는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이나 주요 선주가 있는 유럽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1월 이탈리아 크루즈 조선소 핀칸티에리와 STX프랑스간 합병에 독일과 프랑스가 독과점 조사 탄원서를 넣은 사례도 있다. 조선업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양측 모두 준비가 미비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M&A 독과점 심사에 대해 "선주가 가격협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M&A로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논리를 준비했다. 물론 조선소들은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는 선가에 수주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선가는 후판 가격 인상, 역대 최저 인도량, 적자 수주 영향으로 상승세다. 따라서 앞으로도 선가협상력이 선주에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보니 이런 현대중공업의 논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결국 정몽준 이사장ㆍ정기선 부사장 승계 스토리에만 적극 활용되고 있을 뿐, 조선업계 전반이나 경쟁사 혹은 금융권에는 오히려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특혜논란에도 불구, 거래를 밀어붙이는 산업은행은 '이번 기회에 매각완료'라는 목표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중공업 피인수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ㆍ대우조선 기술력 저하 등에 대한 대안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 전문가는 “개인부터 기업까지 타격을 주고 강행하는 이번 M&A는 현대중공업의 욕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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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06일 07:00 게재]
승계 스토리 핵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규제강화로 제동
대조양 M&A후, 지주회사 자회사→손자회사로 변경 가능
일감몰아주기 회피…대우조선 통해 매출도 늘릴 수 있어
모든 공은 '정기선 부사장' 몫…승계발판ㆍ명분 위한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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