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국 기업 신용도, 전반적 하락 추세 지속 전망”
입력 19.03.19 17:13|수정 19.03.19 17:17
  •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격적인재무 정책과 글로벌 수요 둔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신용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일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2018년 하반기부터 완만한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재무정책이 신용도 압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IoT), 5G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기업들의 공격적인 재무정책이 이러한 흐름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S&P의 설명이다. 또한 주가 관리 등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S&P는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인수합병이 이어질 경우, 내부 영업현금흐름을 활용해 관련 지출 전부를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상당수 기업들이 차입 확대를 통해 부족분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 증가 기업으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거론됐다.

    LG화학은 2019년 역대 최고 규모인 약 6조2000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도 향후 2년 동안 2조~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S&P는 “LG화학은 설비투자 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는 신용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고 “SK이노베이션은 향후 24개월 동안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SK E&S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주주환원이 화두다.

    S&P는 SK E&S가 향후 2년 동안 연간 4000억~6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9년 초 발표한 배당금 지급 계획은 주주환원 정책이 보다 공격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24개월 동안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기업들의 현금 보유고도 향후 2년 동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향후 2~3년 동안 주주환원 및 투자 지출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2019~2021년에 걸쳐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평균 연간 배당금 규모인 3000억~4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신규사업 투자확대가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K텔레콤은 미디어, 이커머스, 보안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KCC에 대해서도 모멘티브 인수로 재무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관찰대상(Credit Watch)으로 지정했다.

    S&P는 “공격적인 재무정책, 수요 둔화, 그리고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속은 향후 12개월 동안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몇 달 동안 계속된 수출감소는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석유 및 가스 관련 기업의 영업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급격한 등급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유연한 재무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기업 대부분은 투자등급을 받고 있어 유동성도 적절하거나 우수한 수준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