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요금제 시작부터 치킨게임…'모범생' KT가 원망스런 SKT·LGU+
입력 19.04.04 07:00|수정 19.04.05 10:08
KT 8만원 무제한 요금제 출시 후 경쟁사들 요금 조정 나서
정부시책 '모범생' 맡은 KT…통신사 "반기 들기 어려울 것"
정부·소비자 '고가 요금제' 논란 일부 차단했지만
투자자·시장은 '저마진' 우려
  •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의 5G 요금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외견상으론 KT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 속에 경쟁사인 SKT, LG유플러스가 대응책을 마련하며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소비자 및 규제 당국 입장에선 과도한 요금제 상승을 차단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는 당장 “손익 계산이 서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요금 경쟁을 KT가 주도한 점도 화제다. KT는 또다시 낙하산 논란 등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요금 현실화’ 등 당국에 거스르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3일 SKT는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서 간담회를 열어 5G 요금제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인가 신청을 낸 요금안 중 9만5000원대 요금을 8만9000원으로 수정하는 등 일부를 보완했다. 직전일인 2일, KT가 8만원대 무제한 요금제가 포함된 요금안을 발표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도 발표한 5G 요금제를 일부 수정해 3사 모두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서비스 초기부터 무제한 요금제로 경쟁에 나선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통상적으로 초창기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격을 높게 유지한 후 추후 망 설치 속도와 가입자 확보에 맞춰 가격 문턱을 낮춰왔기 때문이다.

  • 공식 발표 이전 통신 3사 간은 물론 당국과 통신사간 5G 요금 정책을 둔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2월 SKT가 7만5000원, 9만5000원, 12만5000원으로 구성된 5G요금제 인가신청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지만 공개적으로 반려됐다. 이용자의 중저가요금대 선택권을 보완하라는 지시였다. SKT는 5만5000원대 요금제를 추가하는 등 일부 보완해 인가를 다시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과 규제당국 입장에선 통신사들의 경쟁을 유도해 과도한 요금 상승을 막았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당장 미래 매출과도 직결될 결정이지만, 서비스 본격화 이전부터 손익 계산보단 경쟁사간 '치킨 게임' 구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를 반영한 듯 요금제 확정 이후 KT와 SKT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이번 5G 요금제가 공식화한 상황에서 앞으로 가격 인상은 규제 당국과 소비자 반감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향후 5G 수요와 이에 맞춘 시설투자(CAPEX) 비용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즉 통신업계에선 5G가 투자매력도를 키울 수 있는 흔치않은 기점이었지만, 통신3사 스스로 사업 초기부터 저마진 구도에 묶인 꼴이란 평가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통신 담당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이해 안 가는 5G 정책”으로 KT의 요금제 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5G 시대가 본격화하면 트래픽이 얼마나 증가할지는 예측이 불가하고 추후 28GHz 네트워크 장비 가격 및 투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LTE 무제한 대비 월 1만원 더 받고, 경쟁사 대비 5000원 더 받으려고 내놓은 이번 KT의 5G 요금정책이 큰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경쟁사들도 KT의 파격행보에 당혹스런 모양새다.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과거 LTE 태동 당시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정책을 손놓고 지켜보다 시장을 선점당한 학습효과란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정치권 낙하산 논란 등 KT가 본업외 외풍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의 ‘모범생’을 담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의문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사 중 한 곳이라도 '통신은 공공재'라는 정부 정책에 따를 경우 과점구도상 나머지 업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통신업계에서도 황창규 KT 회장의 연임 확정때부터 지배구조상 한계가 뚜렷한 KT가 요금제 선정에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는 있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