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대주주 일가, 상속세 별개로 양도세 최대 300억원 더 내야
입력 19.04.15 07:00|수정 19.04.16 09:33
고(故) 조양호 회장 양도소득세 이연액 약 300억원 수준
기존 상속분에서 먼저 차감될 전망
  •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과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시 받은 과세이연 특례도 끝나 추가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시장에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유족이 조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약 50%)만 납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연된 양도소득세까지 내야할 전망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고 조양호 회장은 과거 한진그룹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 출자 등을 통해 약 1000억~1500억원 수준의 양도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최대 20% 수준인 양도소득세율(지방세 포함 22%)을 고려할 경우, 개인적으로 약 20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해당 세금은 납부 시기가 미뤄져왔다(과세 이연). 현행 조세특례제한법(38조의2)에 따르면 지주회사를 설립·전환하면서 보유한 주식을 현물로 출자해 바꾼 지주사 주식은 처분할 때까지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법인세 납부 시점을 미룰 수 있다. 이연 기간 동안의 이자도 면제된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14년 한진그룹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보유 중인 대한항공 주식을 현물 출자해 지주회사 한진칼 주식과 맞바꿨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대한항공 주주들로부터 1523만387주를 주당 3만7800원에 공개 매수했고, 그 대가로 한진칼 신주 2412만9365주를 나눠줬다. 조 회장도 이를 통해 10% 정도에 불과했던 한진칼 지분율을 23%까지 끌어올려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 이 현물출자 과정에서 조 회장이 거둔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납부가 미뤄져 온 상황이다.

    그러나 조 회장의 별세로 해당 기한이 마감됐다. 개인이 지주회사 주식을 증여·상속할 경우 과거 지주회사 전환 시 받은 과세이연 특례도 끝나 양도소득세를 조 회장 명의로 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양호 회장 보유 한진칼·대한항공·정석기업 지분 등 3400억원 수준의 유산에서 최대 300억원 수준의 양도소득세가 먼저 차감될 예정이다. 이후 나머지 재산을 조원태 사장 등 유족이 50%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물려받게 된다. 이를 고려할 경우 유족들이 직접 체감할 부담은 약 15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타계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해당 규정에 따라 이연됐던 250억원 가량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해야 했다. 양 그룹간 산술적인 금액은 유사하지만, 대주주 일가의 승계에 미칠 영향 측면에선 차이가 크다. '화폐의 시간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2년 지주사 전환을 끝낸 LG그룹의 경우. 구 회장의 현물 출자 시점에서 타계까지 약 15여년의 기간 동안 과세가 유예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특례 조항으로 면제된 이자만 58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이 기간 지주사 가치 상승분을 고려할 경우, 상속세에 비해 양도세 부담은 훨씬 적다. 반면 지주사전환 이후 4년여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한진그룹 상황에선 대주주 개인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