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매각, 이달 말 가격제안 예정… 中 후보들 막바지 경합
입력 19.04.16 07:00|수정 19.04.18 09:40
불과 3년전만해도 애물단지였지만…설비 품귀에 환골탈태
SK하이닉스 몇차례 검토…공개매각 전환되며 상황 바뀌어
매각작업 지휘는 SK 출신 인사…노조ㆍ가격 등 이슈
  • 매그나칩 매각이 수년만에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매각 측은 이르면 이달 말 구속력 있는 가격제안을 요청했고 이에 후보들이 막바지 실사 및 경쟁사 동향 파악에 공을 들이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두고 중국계 후보 두 곳 가량이 최근 강력한 후보로 등장했다. 브리게이드캐피털 등 PEF 중심의 대주주와 매각자문사 JP모간은 3곳 가량의 숏리스트를 추려 실사 기회를 부여했다. 이달 말까지 구속력 있는 가격을 제안하라 안내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적 투자자(SI) 가운데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분야 3위권 업체인 대만의 UMC, 중국 SMIC 등이 인수를 검토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는 NXP의 RF(무선주파) 파워사업부를 인수했던 JAC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후보로 거론돼 왔다. 실제로 SK하이닉스 등은 이미 매각 측과 올해 초까지 두 차례 비공개 단독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인수 가격 제안까지 했지만 양측의 이견으로 협상은 결렬됐다. 당시엔 일부 PEF와 공동인수도 추진된 바 있다.

    뒤늦게 매각자 측이 공개입찰로 선회하면서 SK 그룹 내부에서는 가격과 인수여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대로 매각 측은 인수자의 상황을 활용해 입찰을 진행하면서 매각가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 매그나칩은 알려진 대로 SK하이닉스와 한솥밥을 먹던 파운드리 업체다. 하이닉스는 2003년 공적자금 투입과 2004년 반도체 '빅딜' 등을 겪으면서 사업부들이 쪼개 팔렸는데 핸드폰 사업부는 '팬택', 비메모리는 '매그나칩', 전장은 '만도' , LCD사업인 계열사 하이디스는 '중국 BOE'에 팔린 이력이 있다.

    매그나칩은 매각 이후 여러 해 동안 실적 부진을 겪었다. 경쟁사들이 채산성이 떨어지는 8인치(200mm) 설비를 줄이고 12인치(300mm) 설비를 늘렸지만, 자본력 차이로 꾸준하게 설비 투자가 집행되지 못했다. 2009년엔 파산 절차를 밟기도 했다. 점차 보유 설비도 노후화돼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 내부에선 매그나칩 반도체를 언제든 원하는 가격에 인수해올 수 있는 잠재 매물 정도로만 파악해 왔다.

    2017년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덩달아 성장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사물인터넷(IoT) 등 전방 산업 성장으로 메모리반도체 뿐 아니라 지문 센서, 아날로그 등 각종 로직칩, MCU 등 범용 제품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 선두 파운드리 업체들은 그간 12인치 생산 설비에 집중 투자하터라 오히려 8인치 설비가 품귀현상을 겪기도 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8인치 파운드리 설비 등을 따로 분사해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 년 전 매그나칩 뿐 아니라 DB하이텍도 중국 SMIC가 인수를 검토했지만 막바지에 의사를 접기도 했다"며 "지금 인수하려면 당시와 비교해 수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지불해야하다보니 인수를 접어야 할지, 아니면 그 때 의사결정을 후회해야 할지 고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부를 중국 우시로 이전하기로 확정 짓고 현지 투자를 집행 중이다. 국내 설비도 중국 공장으로 이전을 결정했지만, 수주 물량들은 적기에 납품해야하는 점은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그나칩의 주요 설비가 현재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포함돼 있다 보니 이를 인수해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전략이 나온다.

    문제는 역시 가격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매그나칩의 시가총액은 3200억원, 영업이익은 약 900억원(2018년 말 기준) 수준이다. 과거 부침이 심했던 회사인데다 몇차례 매각 시도가 실패한 이력도 있어 매각가로 현 시가총액 수준만 받아내도 성공한 매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노조 이슈도 거론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내부에선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하다보니 중국 업체로의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쟁 입찰이다보니 중국 업체들이 입찰에서 실제로 얼마나 주머니를 열 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비가 노후화되어 있지만 자칫 반도체 산업 공장의 중국 매각으로 인한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