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추가 투자자 모집 중…연말 한진칼 경영권 확보 가능성
입력 19.05.07 07:00|수정 19.05.09 09:34
매달 1개씩 합자회사 추가
지분율 14.98%, 펀드레이징 현재 진행형
"연말까지 경영권 지분 확보 가능성도" 평가
  • 한진칼의 2대주주 KCGI가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한진그룹에 대한 견제를 시작한지 불과 반년 만에 한진칼의 지분 15%까지 확보했고, 투자자 모집은 현재 진행형이다. 꾸준한 주식 매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연말 한진칼의 경영권을 확보 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강성부 대표를 필두로 한 KCGI는 'KCGI 제 1호'부터 'KCGI 1-1'~'KCGI 1-4'까지 총 5개의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KCGI 1-1에서 1-4 합자회사는 각각 투자목적회사(SPC)를 보유하며, 각 투자목적회사가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늘려왔다. KCGI 제 1호와 KCGI 1-1은 지난해에 결성돼 투자를 시작했고, KCGI 1-2부터 KCGI 1-4는 2월부터 4월까지 한 달에 한번 꼴로 신규 결성됐다.

    KCGI 합자회사의 자본총액은 약 2500억원 수준이다. 이중 대부분이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현재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886만2296) 가치는 약 3200억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도 성격도 바꼈다. KCGI는 지난해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바 있다. 경영권 다툼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한진칼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고, KCGI는 지난 3월 기존 차입금을 모두 상환한 후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자금을 빌렸다.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14.98%로 늘리는 과정에서도 미래에셋대우가 추가로 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제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의 규모가 커지고, 시장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효과로 대형 기관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CGI의 자금 모집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KCGI의 주요 출자자들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엔 기관투자가는 물론 고액자산가들까지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KCGI가 중소 자산운용사(부띠끄)를 중심으로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며 "한진그룹과 관계가 깊은 기업들은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럽겠지만, 자산운용사 또는 자산가들은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끝난 이후 KCGI 측은 아직 공식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KCGI가 오는 연말 또는 적어도 내년 주총 전까지 현재 오너일가에 버금가는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꾸준한 펀드레이징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에, 최근에 보여준 한진칼과 ㈜한진의 주식담보대출로 지분을 사들이는 형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보유 지분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했고, 현재까지의 담보대출 규모는 500억원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KCGI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투자금회수(엑시트) 관점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KCGI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진입에 실패했다. 회사측에 반대하는, 즉 KCGI측에 동조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상당했음에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만약 올해 주총과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된다면, KCGI의 투자금 회수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주주제안의 권리를 갖고, 해마다 배당을 챙길 수는 있다. 하지만 이사 선임도 할 수 없는 주식을 제 3자에게 매각하기엔 지분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그렇다고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와 같은 방안으로 회수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 KCGI가 내세운 '한진칼'의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엑시트에 나선다면, 자칫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라는 오명을 안고 추후 펀드결성이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한진칼의 이사선임이 가능한 지분을 확보하거나, 오너일가를 뛰어넘는 지분을 확보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추후 엑시트를 고려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추가적인 수익도 거둘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과정에서 거론되는 대기업 후보들이 한진칼, 즉 대한항공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다면 오너일가의 전횡(?)에 맞서 새주인을 찾아줬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된 펀드인 만큼 엑시트 시기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일단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 연말을 전후로 유의미한 투자 방향성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