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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진두지휘하는 데는 명분이 있다. 금호그룹과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염두에 둔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은 경영 능력은 물론 재무적으로 여유가 충분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셈이다.
자연스레 후보군으로는 재계 순위 10위권 이내 그룹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SK그룹ㆍ롯데그룹ㆍ한화그룹ㆍGS그룹이 그간 거론됐던 이유다. 이들 그룹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정유'나 '화학' 사업을 영위 중이고 이들 사업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타 그룹들에 비해 재무적으로 안정감을 보여준다.
이들 그룹의 정유사들은 물론 석유화학사들도 관계사들을 통해 항공유를 생산하고 있다. 확실한 항공유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가 유가 변동에 대한 일정 부분의 헤지(Hedge)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인수 가능성에 묵묵부답이었고 계열사에서는 부정적인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00% 없다”고 답했다.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의 컨퍼런스콜을 통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 배경으로는 현재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 추후에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등 다양한 의견이 언급되고 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가 본격화할 7월이 되면 이들의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만 놓고 보면, 개별 그룹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을 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큰 관심을 가지기 어려울 상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은 종합 유통기업에서 종합 케미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유통업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투자 비용은 늘고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기존 부동산 중심에서 점포 유동화를 통한 자금 확충으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케미칼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매출 비중은 롯데쇼핑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앞지른지 오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국내 총수로는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공장 준공 때문이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롯데가 유통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썼다면 백화점, 면세점과 항공업을 연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만 케미칼 중심으로 재편을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며 “갚아야 할 부채는 많고 수익을 늘리긴 쉽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이 지금의 롯데에 매력적인 매물로 보이긴 어렵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의 부인 공시는 의외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간 항공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왔고 승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 리조트 사업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연계성 등도 기대해 볼 만 했다. 특히 공들였던 롯데카드 매각전에 불참하면서 그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기류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한화그룹이 4년만에 면세점 철수 결정을 내리면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사이판 월드리조트 매각도 검토 중이다.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 아들 중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그룹의 사업재편 역시 케미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카드 인수 불참으로 1조원 이상의 자금 역시 케미칼 관련 기업 인수에 쓰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 이후 석유화학 부문이 그룹 현금창출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무게중심이 케미칼 쪽으로 이동했다”며 “과거처럼 승계를 위한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 강화를 위한, 케미칼 포트폴리오 확대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고 전했다.
GS그룹도 언급된다. 정유(GS칼텍스)와 유통(GS리테일 등)을 영위하고 있고 자금동원력도 충분하다. LG와 LS 등 범LG가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롯데, 한화와는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가족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를 위해서 외형 확장의 필요성이 있고, 최근 IB 시장에서 GS가 공격적인 M&A 의지를 엿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 시점에서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격이 크게 낮아진다면 언제든 입장을 바꿔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무조건적인 외형 확장이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것을 재계 모두 직간접적으로 학습했다. 그룹에서도 누가, 어느 계열사가 인수 주체로 나설지가 문제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투자자들이 환영할 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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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16일 07:00 게재]
후보군으로 10위권 그룹 주목
SK그룹, 부정적인 언급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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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선 항공산업 매력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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