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효과보다 차입금 증가 과해”…뭇매 맞는 국내 기업
입력 19.05.24 07:00|수정 19.05.27 10:33
이마트·KCC 신용등급 하향 조정
투자 확대로 EBITDA 지표 악화
해외 투자자, 차입금 관리 예의주시
  • 국내 기업들이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차입금 증가가 과해 재무 커버리지 지표가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자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을 경우 전략적 판단을 한 최고경영자 또는 그룹 총수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연초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결국 5월 들어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 악화에 대비해 온라인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 부문에 구조조정을 진행힝 중이지만 치열한 경쟁과 인건비 조정 어려움 등 제약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올해말 이마트의 연결기준 조정차입금은 약 6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무 레버리지 비율과 낮은 수익성이 현 신용등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마트 신용등급(BBB)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지난해 이마트의 차입금/EBITDA 비율은 3.5~3.9배였다. S&P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 지표가 4.1~4.4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마트가 신규 투자를 위해 차입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지만 이를 감당하기에 현 시점의 수익성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주가에서도 드러난다. 본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1년 전부터 이마트 주가는 가파른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최근 하락세는 극적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여러 청사진을 제시하며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며 “국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경쟁사인 롯데쇼핑의 국내 신용등급도 떨어진 상황에서 이마트가 현 신용도를 개선 또는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 KCC는 세계 2위 실리콘 생산업체인 모멘티브 인수로 새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S&P는 BBB에서 BBB-로, 무디스는 Baa2에서 Baa3로 KCC의 국제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배경은 모멘티브 인수다.

    사업적으로는 수직계열화와 시장 다변화 등 분명 긍정적 이슈다. 문제는 KCC의 인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S&P는 모멘티브 실리콘 사업부가 2020년부터 KCC의 연결대상으로 포함된다고 가정할 경우, KCC의 조정 EBITDA가 2018년 6200억원에서 약 70% 늘어난 1조원 수준으로(2020년 기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동시에 KCC의 2019~2020년 조정 차입금 규모는 4조3000억~4조5000억원으로 인수 전 약 1조3000억원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입금/EBITDA 지표가 지난해 2.2배에서 2020년 4.0~4.2배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 지표가 상당 기간 동안 4.5배 수준에 근접해 있을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건설과 자동차, 조선업의 수요 둔화로 인한 KCC의 수익성 악화, 모멘티브의 실적 둔화가 KCC의 연결 영업현금흐름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면 현실화할 수 있다.

    무디스는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차입금 증가와 실적 약화를 감안한다면 2018년 3.4배였던 KCC의 조정 차입금/EBITDA가 올해는 5.0배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 추가 하향 가능성을 열어놨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미래 가치 차원에서 대규모 차입을 감당할 만한 재무적 체력과 수익성 확보 방안이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투자용도의 차입금 관리 능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갈수록 냉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