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물량 축소設 삼성SDI...의도치 않은 저가수주 관행 폭로?
입력 19.06.19 07:00|수정 19.06.20 09:27
폴크스바겐 둘러싸고 LG화학·SK이노 신경전 벌이지만
삼성SDI 오히려 물량 축소 두고 논의
다시 불붙은 '저가 수주' 논란…증권가 '80달러대' 설도
전기차 배터리 미래 전략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 국내 배터리사들이 전방위 수주전을 펼치는 가운데 삼성SDI는 ’수익성 집중’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 물량을 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맞소송을 벌여 화제가 됐지만 삼성SDI는 오히려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저가 수주 경쟁에서 발을 빼며 불확실성을 줄이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경쟁사들이 사활을 걸고 점유율을 늘리는 시기에 소극적 행보로 일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SDI는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과 배터리 공급 물량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폴크스바겐이 삼성SDI로부터 전기차 약 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인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납품받기로 했지만 생산량과 납품 시기에 대한 이견으로 공급량을 5GWh 이하로 줄었다고 전했다. 삼성SDI는 "고객사에 관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해당 안이 처음 알려진 지난달 말 당일 회사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곧 회복했다. 폴크스바겐 배터리 공급이 회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알려지며 안정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한 전기차 배터리 담당 애널리스트는 “폴크스바겐도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 대안이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고, 삼성SDI도 BMW그룹 등 기존 물량에서 이익률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훼손할 정도로 무리는 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양산에 나선 곳으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사들에겐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고객이다. 오는 2020년부터 10년간 배터리모듈에 60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추겠다는 MEB(Modular Electric Drive)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대표적 큰 손으로 부상했다. MEB 진입을 위한 배터리사의 경쟁도 치열하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MEB에 참여하고 및 폴크스바겐과 조인트벤처(JV)를 추진하자 LG화학은 ‘경쟁사가 공격적으로 수주에 뛰어든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주요 부품사에 공급가 인하를 꾸준히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고객으로 꼽혀와 수익성 측면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나왔다. 삼성증권은 SNE리서치 및 현지 언론 보도들을 기반으로 “폴크스바겐이 지난해 제시한 MEB프로젝트 로드맵상 배터리 가격을 시스템(모듈)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팩가격은 KWh당 83달러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5년 GM과 LG화학 간 계약 과정에서 원재료격인 배터리 셀 공급가격이 KWh 당 145달러인 점이 공개되며 ‘저가 수주’ 논란이 본격화 되기도 했다. 당시 고객사인 GM은 오는 2021년까지 배터리 셀 가격을 100달러까지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불과 4년여만에 셀 기준으론 절반 가까운 가격 하락이 이어진 셈이다. 삼성증권은 “이 계약건이 수익성이 없는 프로젝트라면 삼성SDI 입장에서 손익단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해석이 오가며 삼성SDI 입장에선 얼핏 악재로 부각될 수 있었던 '계약 축소'를 큰 부작용 없이 해소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국내 3사 중 유일하게 뚜렷한 전기차 배터리 미래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영현 사장이 부임한 이후 소형 전지부문과 ESS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펴지만 정작 전기차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SK이노베이션과 1%포인트 차이(SNE리서치)까지 좁혀졌다. 회사는 “구체적인 사안을 공개하지 않을 뿐 매년 투자비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 사장 재임 기간에는 지금처럼 무리하지 않으면서 미래 전략을 짤 것”이라며 “그간 연구개발(R&D)에 투입한 비용이나 수주 경험은 여전히 삼성SDI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기 때문에 단순히 현재 설비 확장 속도만으론 경쟁력을 판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