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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헤지펀드의 해외 대체투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기관, 고액자산가의 자금이 헤지펀드로 들어오고 그 자금은 전통 자산 외 다양한 영역에 투입되고 있다. 해외 투자처가 넓은데다 수익률도 양호한 편이더ㅔ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2011년 도입 후 정체하다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이후 급성장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장벽이 완화됐고, 수많은 운용사들이 시장에 진입했다. 헤지펀드의 입지가 탄탄해진 만큼 사모펀드 규제가 일원화하더라도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 성장 동력의 한 축은 대체투자다. 국내외 증시 침체,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로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대체투자 영역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혼합자산(헤지펀드) 등 대체투자펀드 고성장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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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특히 해외 대체투자의 중요성이 커졌다. 국내는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많지 않다. 규제가 강화하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줄었고, 그나마 온기가 도는 사업은 대형 금융사들의 차지다. 자연스레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 신생 운용사라고 돈을 모으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신생운용사들도 수익률이 20%를 오가는 등 성과를 내다보니 자연히 헤지펀드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젊은 운용역들의 투자 성과와 감각을 믿고 돈을 태우려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해외 대체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이 맞다 쳐도 헤지펀드 운용사가 독자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거래를 발굴하긴 쉽지 않다. 현지 실사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사정상 헤지펀드의 해외 대체 투자는 대부분 시장에 밝은 중개자(Broker)를 통하거나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 간접적으로 돈을 태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단 첫 투자만 집행하면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때문에 후속 해외 거래도 수월하게 이어진다.
해외 투자 수요가 늘면서 국내서 활동하는 중개자도 많아지는 상황이다. 중개자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투자처는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자원개발 등 다양하다. 미국에선 교육기관을 대신해 민간이 기숙사를 짓는 사업이 성황이라고 한다. 국내에까지 기회가 돌아온 거래는 그만큼 매력도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국내 수익률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드물게 알짜 투자처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를테면 교량이나 터날 앞 기차 선로 운영권에 투자하는 식이다. 열차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라 수요가 확실하고 수십년간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투자는 중개 수수료가 200bp(2%)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해외 대체투자 운용사에 돈을 태우는 재간접펀드(fund of fund) 방식은 보다 안전하다. 선진국의, 검증된 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해외 운용사가 국내 운용사에 기회를 주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헤지펀드 관련 자문 시장도 호황이다. 최근 대형 법무법인 금융담당 부서가 가장 공을 들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외국어로 된 계약서를 검토하는 등 해외 대체투자 관련 자문이 대부분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금융담당 파트너 변호사는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 자금을 대거나 직접 투자하려는 헤지펀드들의 자문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담당 변호사들이 쉴 시간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 사례가 늘어난 만큼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국내는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명제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규제 환경이 한참 뒤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문투자 제도 취지는 위험을 감수한 투자자에 고수익 기회 접근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라며 “투자 유치 과정에서 중대한 기망이나 불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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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23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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