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넷플릭스' 선언한 SKT, 반쪽 성과로…해외 투자유치 결국 무산
입력 19.07.26 07:00|수정 19.07.29 08:33
'규모의 경제' 이뤘지만…공언한 해외 투자 유치 실패
박정호 사장 "연내 중간지주 전환" 이어 "한국의 넷플릭스"도 삐걱
KT·LG·CJ간 OTT 통합 논의도 거론…성사가능성 낮다는 평가
  • SK텔레콤이 '한국의 넷플릭스'를 내걸고 출범한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 서비스 '웨이브'(옥수수+PooQ 합병법인)가 해외 투자자 유치에 결국 실패했다.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OTT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외 투자자를 유치해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엔 차질이 생겼다.

    투자자 및 그룹 내에선 박정호 사장이 직접 주도한 SKT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이어 OTT 법인(웨이브)의 해외 투자 유치까지 무산되며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T는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해외 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놓고 지난해 말부터 협상을 벌여왔지만 최근 들어 논의를 중단했다. SKT는 국내에선 미래에셋벤처투자-SK PE로부터 합병법인에 2000억원을 조달했지만, 해외 투자 유치는 이와 별개로 진행 중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SKT는 지난해 말부터 GIC, 싱가포르텔레콤(싱텔) 등을 접촉해 논의를 이어왔다. 올해 초 박정호 사장이 "올해는 꼭 SKT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나서겠다" 공언하면서 포트폴리오 한 축을 담당할 OTT 통합법인의 존재감도 커졌다. 회사 측도 일부 기관 등에 "해외 투자자들과 세부 조율만 남았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SKT가 투자회수조항(Downside protection)을 보장해 준 국내 증권사들만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대출' 성격의 투자유치로 마무리됐다.

    투자 유치가 무산되며 임원진들의 존재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해외 투자유치와 관련된 실무 작업은 사내 코퍼레이트센터 산하 코퍼레이션디벨롭먼트(Coperation Development) 부문에서 전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연초 하형일 전 맥쿼리파이낸스코리아 대표를 해당 부문장으로 영입했고, 부문 산하의 콘텐츠&플랫폼 부문 담당으로 허석준 전 CVC캐피탈 한국 대표를 영입했다.

    SKT는 해외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싱가포르 내 인지도를 갖춘 투자자들과 접촉한 배경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SKT와 국내 방송 3사 간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주주 구성을 고려할 때,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웨이브 내 주주구성은 SKT가 지분 30%를 보유해 1대 주주에 올라 있지만 나머지 지분 70%를 나눠 보유한 지상파 3사와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다. 일각에선 웨이브의 가입자 수에 따라 SKT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계자들은 “사실 무근”이란 입장이다.

    한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가장 큰 실수는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부분으로 보인다”라며 “단순 지분율 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도 SKT와 방송 3사 관계자들이 동일한 수로 등재해 있는데 다른 주주가 새로 참여하거나 기존 주주 중 한 곳에서 주도권을 보이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합병 성사로 SKT가 약 14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기반 자체는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해외 전략적투자자(SI) 유치 혹은 투자자를 통한 네트워킹에 차질을 빚으며 해외 시장에 통할 독자 콘텐츠 생산 능력을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통신업계에선 나머지 사업자인 KT와 LG 유플러스가 CJ그룹과 연합해 OTT 관련 통합 논의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KT 주도로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3자간 주도권 양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음원 서비스 지니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한 배를 탄 경험이 있다보니 KT 내부에서 협업을 추진해보려 하지만 OTT분야에선 서로 각자 주도권을 쥐려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