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삼성전자 신용등급 ‘AA-‘ 유지
입력 19.07.30 15:57|수정 19.07.30 15:57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0일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AA-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인한 어려운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향후 2년 동안 견조한 재무지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이유로 들었다.

    S&P는 삼성전자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2018년 수준 보다는 많이 낮겠지만 우수한 시장지위와 선도적 기술력,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의 펀더멘탈 악화로 인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2018년 58조9000억원에서 2019년 약 24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D램과 낸드(NAND) 메모리 가격은 업체들의 증설과 수요증가 둔화가 맞물리면서 201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2019년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4% 감소하는 등 메모리 가격하락은 실적저하로 이어졌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 몇 분기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사업부도 중국 패널업체들의 대규모 증설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IT제품의 수요감소로 인해 패널가격이 약세를 기록하면서 실적 압박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일본의 화학물질 수출규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다소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고품질 IT소재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 삼성전자가 단기간 내에 필요한 소재의 상당부분을 국산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급차질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은 수출규제의 부정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 몇 주 동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상승해왔다. S&P는 “현재로선 수출규제의 장기적 영향을 가늠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고 판단하기에 이를 기본 시나리오(base-case scenario)에 크게 반영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삼성전자에 기회인 동시에 악재라고 판단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다. 다수의 통신사들이 5G 서비스를 도입하는 지금 시점에서 이번 제재는 삼성전자가 향후 2~3년 동안 무선통신장비 시장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무선통신장비 사업의 매출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회사의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할 경우,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의 5G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화웨이는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카메라 모듈 등 스마트폰 부품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이다. 따라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매출 하락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의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다른 고객사에 대한 매출확대를 통해 화웨이 관련 매출감소를 완전히 상쇄하는 것은 최소한 단기간에는 어려워 보인다.

    S&P는 삼성전자가 영업실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향후 2년 동안 약 35조~50조원 규모의 양호한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의 어려운 업황을 고려할 때, 회사의 투자지출 규모는 2018년 30조원에서 2019년 25조~30조원으로 다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S&P는 삼성전자가 향후 2~3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여 재량적 현금흐름(discretionary cash flows) 흑자를 창출하고 견조한 순현금 포지션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S&P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예상치 못한 실적 악화 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로 인해 경쟁지위 또는 수익성이 크게 훼손돼 영업이익률이 상당 기간 동안 10%를 하회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큰 규모의 기업인수,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또는 자본투자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재무정책 혹은 성장전략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할 경우에도 신용등급은 하향조정 될 수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부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이 향후 12개월 내에 상향조정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