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찾느라 의견 듣지만…돌파구 안보이는 LG전자 스마트폰
입력 19.08.09 07:00|수정 19.08.08 18:14
지주사 차원 스마트폰 사업 방향성 두고 의견 취합
"상반기 사업보고회 시기 그룹차원 대책마련 주문"
시장에선 매각 가능성도 언급…그룹은 "계획 없다"
"특허 등 핵심기술 없인 성사 어려워"…구조조정안도 거론
  • 구광모 회장 부임 이후 LG그룹이 연이어 비주력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결국 관심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처리 방안에 쏠리고 있다. 매분기 '반전'을 약속해왔지만, 어느덧 1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신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스마트폰 사업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고, 과감한 결단여부가 그룹 내 사업재편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뚜렷한 돌파구가 제시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LG그룹은 매각 가능성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여 고육지책으로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이미 적기를 놓친 탓에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업부 전반에 대한 고강도의 규모 축소(Downsizing)가 병행되는 '투트랙' 전략을 짤 것이란 전망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LG 경영전략팀, 스마트폰 사업 두고 의견 취합…시장에선 '매각 가능성'도 거론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해법을 두고 내부 논의 및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룹 지주사 ㈜LG가 의사 결정을 주도 중이고,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홍범식 사장이 이끄는 경영전략팀이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선 그룹 최고 경영진 차원의 의사가 반영된 결정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계열사 사업보고회의 안건이 '사업 재조정'이었던 만큼 그간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한 스마트폰(MC사업본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여러 차례 논의됐다는 평가다. 특히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업보고회를 이끌면서 그동안 지주사 ㈜LG조차도 개입이 어려웠던 굵직한 계열사 LG전자, LG화학 등에도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5G가 본격화되면서 부진했던 기존 점유율(글로벌 시장 4%·북미 시장 15%)에서 반전을 보여야 할 상황이었는데, V50의 북미 시장 판매량이 부진을 보이는 등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내부적으로 사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LG전자 내 수처리사업, LG화학의 편광판 사업 등 타 비주력 사업부 매각과 달리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국내 평택 생산 설비의 베트남 이전 등 제반 작업이 마무리된 후 본격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선 사업의 특성상 ▲사업부 매각 ▲해외 전략적투자자(SI) 유치 등 투자유치 ▲자연적인 사업 축소 등 모든 방안이 앞으로 고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그룹은 이미 LG화학의 LCD편광판 사업 매각 과정에서도 특정한 거래 구조를 정해놓지 않고 의사를 취합하고 있다.

  • ◇그룹은 "검토 안한다" 불구, 특허·지적재산권 등 핵심 기술 둔 '딜레마'

    다만 LG그룹은 이런 시장의 예상에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다. 돌파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LG전자 MC사업본부 매각 등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조차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즉, 추후에 그룹 차원에서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이미 스마트폰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잃은 탓에 제 값을 받는 문제 뿐 아니라 원매자를 찾기도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LG전자 내 스마트폰 사업을 꾸리는 MC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에도 516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진행된 사업조정에도 적자폭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LG그룹으로선 제조설비와 인력 등을 매각해 고정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사 사이 제조기술을 둔 격차는 좁혀진 상황이다.

    그나마 LG전자가 중국업체 등 경쟁사 대비 스마트폰 시장에 비교적 초기에 진입했던 탓에 보유한 특허와 지적재산권(IP), R&D 역량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가전 및 차량 전장 등 사내 다른 사업부와 시너지를 고려할 때 이를 포기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G·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향후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도 MC사업본부의 기술력이 일정정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핸드폰 사업도 조립 사업이기 때문에 대부분 업체들이 자체 설비는 이미 보유한 상황에서 설비만 추가로 떼 오는 건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다"라며 "LG가 AI·IoT·모빌리티 등에 활용되는 기술이나 로열티를 일정정도 넘겨주거나 브랜드를 이전하는 방식이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협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위탁생산 확대·日 소니(SONY)식 구조조정 등도 거론…출구전략으로 한계 뚜렷

    다른 해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즉 기존 특허 등을 유지하면서 외부 위탁생산(ODM)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안 혹은 1년에 한 대 정도로 제품 라인업을 대폭 줄이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위탁생산 방식을 결정할 경우 LG전자는 특허 등을 유지하면서 스마트폰을 대체할 미래 먹거리를 찾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전·후방 계열사들의 물량도 일정정도 보장된다. 현재 진행중인 생산 시설의 베트남 이전 등으로 고정비를 줄여 단가를 낮추고, 제조와 관련한 보유 특허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고객 유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구글과 협업을 통해 일정정도 효과를 봤던 픽셀폰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단기적 비용절감 효과는 볼 수 있지만 '미봉책'일 뿐이란 박한 평가가 있다. 과거 픽셀폰 사례와 같이 위탁생산의 경우 손익분기(BEP)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의 박한 마진을 거둬온 데다, 당시엔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단순 제조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중국업체와의 가격경쟁을 이겨내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LG전자가 추후 발매할 스마트폰 모델의 라인업을 대폭 줄이는 일본 소니(Sony)식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실상 ‘명맥 유지’정도로 사업을 축소하면서 가전과 전장사업 등 다른 사업부의 시너지 확보 차원에서만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현재 ‘사업본부’로 편재된 조직과 인력을 '팀'단위까지 대폭 줄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LG전자는 국내 평택 생산설비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하면서 기존 생산 인력 750여명을 창원 내 가전 생산공장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이전 과정에서 기존 설비(CAPA)들의 자연적인 다운사이징 작업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1분기 기준 3800여명에 달하는 MC사업본부의 인력들을 재배치하는 문제는 그룹차원의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처럼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가전 등 다른 사업부와 연관될 선행 기술 개발 차원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며 "LG전자 내 노트북 사업처럼 규모를 키우거나 자원을 쏟진 않지만 명맥을 유지하며 R&D에 집중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