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PEF) 논란은 결국 투자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기된 의혹의 종류도 다양하다.
덕분에 '고위 공직자의 PEF 투자'라는 유례를 찾기 힘든 '화두'가 등장했다.
일단 따져보면 '사적인'(Private)의 투자에 해당된다. 남의 돈도 아니고 '개인 재산'을 자기가 알아서 투자했다. 내 재산 내가 불리는데...운용을 맡은 이가 조 후보 친인척이라는 자체만을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이 투자했다"라는 사실을 악용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또 다른 의혹들은 조사와 증언ㆍ증거 확보가 있어야 밝혀질 사안이다.
다만 몇몇 명확한 지점들이 있다. 관련 제도와 법의 '맹점'들이다. 이미 조 후보 측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런 해명도 여기에 기반한다.
◆"3억원 출자의무' 위반…"위법인듯, 위법아닌, 위법같은…"
조 후보 배우자와 두 자녀가 PEF에 총 74억5000만원 투자를 약정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그러자 "전 재산보다 많은 돈을 그 펀드에 내기로 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투자 약정(약속)금액만 74억원이지 처음부터 10억원 가량만 투자할 계획(의도)이었다"라는 해명을 냈다.
이렇게 되면 실제 투자금액은 배우자 9억5000만원ㆍ자녀들 각 5000만원에 그친다. 하지만 법에서는 경영참여형 PEF에 '개인은 3억원 이상을 투자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명'이 오히려 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관련 법 세부 조항이 애매하다. 이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제249조의11, 그리고 시행령 제271조의14에는 코링크PE의 '블루코어 밸류업1호'와 같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출자자'에 대한 규정을 다음과 같이 명기하고 있다.
법 제249조의11(사원 및 출자)
⑥ 유한책임사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여야 한다.
1. 전문투자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투자자
2. 1억원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 또는 법인, 그 밖의 단체
시행령 제271조의14(사원 및 출자)
④ 법 제249조의11제6항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말한다.
1.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집행사원의 임원 또는 운용인력이 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투자하는 경우: 1억원
2. 제1호 외의 자가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투자하는 경우: 3억원
즉 개인투자자가 이런 펀드에 투자할 경우. 운용사 임직원이라면 1억원 이상을, 그게 아니라면 3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다. 그런데 법령 어디에도 그 금액이 구체적으로 '약정액'을 말하는 것인지, '실제 투자금액'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마찬가지로 시행령에도, 시행규칙에도 명기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한 '업계 관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PEF들 사이에서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즉, 투자 약속만 하고 돈은 갖고 있다가 '투자할 곳 찾았으니 이제 돈을 내세요'라고 연락이 오면 그때 돈을 내는 게 기본 룰이다. 또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숱한 PEF들 가운데 실제 투자 집행액보다 월등히 금액이 많은 '약정액'이 등록된 펀드들도 상당하다. 감독당국 역시 이를 인지하고 적용해온 관례가 있다.
그러니... "3억원 이상을 내라"는 자본시장법 원래 취지로는 분명 위법사항으로 보이는데 "정말 실정법을 위반한 것인지 법률적으로 제대로 따져보자"라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관건은 '3억원의 기준이 무엇이냐'다. 이는 현행법에 대한 해석 문제다. 당연히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법제처 및 법무부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의 의견을 받는게 순서다.
조 후보측은 이 해석을 본인들이 먼저 내렸다.
조 후보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21일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냈다. 여기서 준비단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사모펀드 사원(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은 '출자약정금액'을 지칭하는 것으로 최소 투자금액 3억원을 실제 모두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석을 누가 했는지, 무슨 근거가 있는지는 해당 자료에 잘 나오지 않는다. 단순히 본인들의 주장인지, 아니면 관련 부처에 정식으로 질의를 넣고 의견을 받은 것인지 불명확하다.
만약 이런 해석이 용인되면 이제부터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앞으로 강남의 부자들은 현행법에 위반되는 '3억원 미만 개인 PEF 투자'가 가능해진다. 조 후보 가족들처럼 '약정액만 3억원'으로 설정하고 실제 투자액은 낮추면 된다. '법무부 장관의 가족'이 시행했고 '문제없다"라고 용인 받은 투자다. 이로 인해 '3억원 이상'을 규정한 자본시장법의 취지와 효용이 모두 무색해진다.
제 아무리 사소한 법령이라도...조항이 모호하다고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법의 권위와 효력은 사라진다. "법학자로서 전문성(?)이 여지없이 발휘됐다"는 조 후보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모펀드로 '상속 증여 절세? "동업기업 과세특례 적용대상, 쉽지 않다"
'자녀 상속증여 목적을 위한 펀드 설립' 논란도 있다. 정확히는 높은 세율의 상속ㆍ증여세를 회피하고자 펀드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다.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사모펀드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한다"라는 언급들이 이런 의혹과 맞물렸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해당 펀드의 정관을 제출받고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펀드 약관에는 "출자급 납입 의무는 투자기간이 종료되거나, 모든 투자자가 약정한 금액을 전액 출자하기 전까지 유지된다", "만약 운용사 측에서 요구한 시점 이후 30일까지 투자금을 넣지 않을 경우, 기존 출자금의 원금의 50%만 주고 회수하게 돼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내용은 사실 PEF 운용사 사이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약관'에 해당된다. 지난 2010~2011년 무렵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와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이 주요 투자자로 나선 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업계에서 통용됐다. 현재에도 큰 변화없이 PEF들이 사용한다.
'50% 회수'라는 조항은 "돈을 내기로 약속했는데 안낼 경우"를 막고자 마련된 일종의 페널티 조항이다. 회수금액은 단순히 '출자금 원금'과 '해당 투자금, 정확히는 투자 대가로 받은 펀드 지분의 공정가치(Fair Value)' 가운데 낮은 부분을 활용한다. 투자 요구를 했는데 30영업일까지 내지 않으면 우선 지연이자 15%를 부과하고 다른 출자자에게 동일한 투자조건을 넘겨 주기도 한다.
다만 이런 정관 내용이 조 후보의 경우처럼 사실상 '가족펀드'에 적용되면. 이때는 "결국 상속ㆍ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즉 부모와 자녀가 운용사를 앞세워 PEF를 하나 만들어서 같이 투자한다. 그리고 약속한 투자 금액을 최초에 일부만 내고, 나머지 금액은 운용사가 요청하면 그때 내기로 약속한다. 한참 시간이 흘러 운용사가 "추가금액을 내세요"라고 할때, 부모는 추가투자를 거부하고 자녀만 투자의무를 지킨다면. 정관에 따라 부모의 기존 투자금 절반을 운용사가 회수하고, 운용사는 결국 이 돈을 자녀에게 무상으로 지급한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받은 돈은 아무래도 상속증여로 인한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현행 상속ㆍ증여세율은 과표(과세표준)가 1억~5억원이면 20%, 5억~10억원이면 30%, 10억~30억원이면 40%까지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니 세율을 조금만 낮출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 수억원대 절세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행법상 PEF에 적용되는 과세 체계로는 이런 '세테크'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동업기업 과세특례' 때문.
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15는 '자본시장법' 의 합자회사 가운데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회사'에 이 특례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동업기업이란 말 그대로 '동업자'가 공동사업을 경영하면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을 나누려고 만든 단체. PEF도 여기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다.
이때 투자자가 받은 각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원천에 따라 세금이 매겨진다. 따라서 가족펀드를 만들고 부모가 추가투자를 하지 않아 페널티로 생긴 돈을 자녀가 받았을 경우.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증여'로 보고 원칙상 똑같이 10~50% 고세율의 '상속증여세'가 적용될 수 있다. 또 배당으로 받은 이익이 있다면 강남 부자들이 가장 꺼린다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될 수 있다.
과정도 복잡하다. '동업기업 과세특례'를 명기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PEF등 동업기업으로부터 받은 소득은 이듬해 5월까지(개인의 경우, 법인은 4월까지) 다른 소득과 가산하여 의무적으로 신고 납부해야 한다. 법인은 법인세ㆍ개인은 소득세를 낸다. 게다가 지분으로 이익을 얻었으면 '지분가액 조정명세서', '출자지분 양도명세서' 등의 세부 자료를 다 제출해야 한다.
법을 억지로 위반해서 신고 납부를 거짓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PEF를 통한 상속증여세 회피'는 상당히 어려운 난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물론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잘 몰랐는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왜 하필 PEF? '공직자 윤리'와 '재산증식' 목적의 충돌 가능성
다른 논란들은 조 후보 측의 더 상세한 입장과 설명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 해도 본질적인 질문은 하나로 요약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가장 민감한 지위의 고위 공직자가 왜 하필 재테크 수단으로 PEF 제도를 적극 활용했는가"다. 금융권에는 PEF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간접투자 대상이 있다. 아울러 다양한 투자자가 참여한 보편적인 PEF도 아니고, 배우자ㆍ자녀 등만 참여한 사실상 '가족 펀드'로 구성하면서 PEF로 등록했다.
공직자의 윤리 확립을 위해 마련된 '공직자윤리법'에는 무려 30개 달하는 법령이 나열돼 있다. 하지만 재산의 소유나 운용에 제한을 가하는 대상은 '주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유한 주식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계약 체결 후 등록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는 식이다. 다른 금융상품에 대한 규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발빠른 금융시장의 변화와 트렌드를 법과 제도가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니 PEF 같은, 개인이 잘 투자하지 않는 특수한 성격의 간접투자자산에 대한 규정도 당연히 없다.
문제는 조 후보 가족이 투자한 경영참여형 PEF의 성격이다. 이름 그대로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경영참여' 를 위해 마련된 펀드다. 목적은 '고수익'이고 그만큼 '고위험' 상품이다. 그래서 기관들은 이를 주식도, 채권도 아닌 '대체투자 대상'으로 분류한다.
또 펀드라는 형태지만 실제 성격을 보면 공직자 윤리법에서 걱정하는 '주식 투자'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개인의 주식투자보다 이해관계가 더 첨예하게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회사 경영권이 달린 사항이니 회사는 물론, 대주주와 인수자 혹은 경쟁사간의 대립이 수시로 벌어진다. 어찌보면 그 어느 금융투자 대상보다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 소지가 가장 높은 분야다.
문제가 생길 만한 사례는 얼마든지 꼽을 수 있다.
일례로 국토해양부 장관ㆍ차관 혹은 고위급 국장이 10억원을 투자한 PEF가 민간항공사(LCC) 경영권을 사겠다고 나선다면? 혹은 금융위원장ㆍ부원장이나 국장급 인사가 투자한 PEF가 특정 저축은행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면? 일개 부처 공무원도 이런데 하물려 청와대 민정수석이 투자한 펀드라면 이에 비할 바가 못된다.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투자였다"라고 해명해도 본질적인 우려가 남아있다. 투자금을 댄 고위공직자가 떳떳하다고 끝나지 않는다. 당장 운용사가 '유혹'에 시달릴 공산이 높다. "OOO씨가 우리 펀드에 돈을 댔어요. 그러니 믿고 돈을 맡기셔도 됩니다", "OO씨가 돈을 댄 펀드입니다. 저희 투자를 거부하시면...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실 겁니다"
이는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도덕적 역량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때부터는 고위 공직자의 친인척ㆍ친구가 운용사를 소유했거나 임직원이었다는 아주 사적인 사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애초에 이런 논란을 피해갈 아무 단순명쾌한 해결책이 있었다. "수익률이 좀 낮더라도 정기예금에 들거나, 아니면 보편적인 신탁상품에 돈을 맡겼다면 이런 논란이 벌어졌을까요?"다. 게다가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민여론ㆍ민심동향 파악ㆍ공직사회 기강확립ㆍ인사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란 자리를 맡으면서 단행한 투자였다.
예상가능한 원인은 둘 중 하나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경영참여형 PEF의 성격을 잘 몰랐거나, 이의 위험성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을 경우다. "아는 사람이라서 믿고 내 재산을 맡겼고 더 자세한 내역은 신경을 못썼는데 이렇게 시끄러워질줄 몰랐다"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해도 여론과 민심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전문성을 살려 PEF의 성격을 매우 잘 알고 있었을 경우다. 그래서 민정수석이란 자리를 맡으면서도 PEF를 통해 '고수익' 혹은 다른 목표를 같이 달성하고자 했을 경우다. 그간 조 후보측은 사모펀드 논란에 대해 여러 해명을 내놓았으나 "다른 투자상품을 다 놔두고 왜 하필 콕찍어 PEF라는 제도를 활용했는가"에 대한 설명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2일 07:00 게재]
3억원 의무출자 조항 '대상' 애매…이에 조 후보측 " 위법 아니다"
상속증여 회피용 의혹도 '동업기업 과세특례'적용 탓에 어려워
본질은 '공직자 윤리'…"예금ㆍ신탁 선택했으면 문제 없었다"
상속증여 회피용 의혹도 '동업기업 과세특례'적용 탓에 어려워
본질은 '공직자 윤리'…"예금ㆍ신탁 선택했으면 문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