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 프리미엄 브랜드로 주택시장 탈출구 모색하지만…
입력 19.09.19 07:00|수정 19.09.18 18:14
현대·대우·한화 등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
양보단 질 승부 전략…실효성에는 의문
기존 브랜드 깎아먹을 거라는 우려도 커져
  • 주택시장 경기가 연일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아파트’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다가오는 분양가 상한제 등 주택시장 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보니 실제 얼마나 수익성을 담보할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주택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적용된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진행하고 있다. 강남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곳으로,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했다. 대우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 한화건설의 ‘포레나’ 등도 서울과 수도권 분양 현장에 등장하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가 바라보는 주택경기는 위기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61.7을 기록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당 조사는 지수 100점을 기준으로 경기가 좋다고 판단하는 사업자가 많아지면 위로, 반대의 경우 아래로 떨어지는 구조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예고중인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압박이 시장을 예상보다 빠르게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건설사가 대체재로 활용해왔던 해외수주 역시 녹록지 않아 건설사 실적이 전방위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타개하는 방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수익성이 높은 고급 브랜드다. 앞서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은 지난 2014년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의 적용요건을 강화한 이후, 재건축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본격화됐다. 자연히 교통과 학군이 안정화 돼있는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핵심 부지 공략을 목표로 해를 거듭할수록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는 형국이다.

    주요 건설사 중에서 강남 재건축 후순위 주자로 분류되는 포스코건설의 경우 강남 공략을 위한 새로운 브랜드까지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죽지 않고, 강남 부동산은 비싸도 살 사람은 있다”며 “돈이 되는 곳이니까, 주요사들이 안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프리미엄 라인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건설사를 위협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검토가 치명타다. 기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권의 경우, 평당 분양가의 인하 폭이 크게 떨어져 그만큼 타격이 크다. 해당 수익 차로 손실을 입을 민간 건설사들은 자재나 건축비 등에서 단가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브랜드 라인이 계속해서 중첩될 경우, 기존 건축단지와의 마찰 역시 감안해야 한다. 일례로 대우건설은 과천 주공단지 수주 이후 ‘써밋’ 브랜드를 두고 조합원 간의 갈등이 있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써밋 브랜드를 받지 못한 일부 단지 조합에서 항의가 있어 지금은 모두 같은 써밋 브랜드를 달았다”며 “조합 측에서 금액을 부담하고, 회사 측에서도 투자를 더하며 서비스를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미 브랜드 가치가 공고한 업체들은 굳이 프리미엄 아파트 전략을 내세우진 않는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GS건설의 ‘자이’가 있다. 2000년도부터 주요 브랜드 가치평가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래미안은 지난 2014년까지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수주전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펼친 이력이 있다. 최근 5년간 삼성물산은 경쟁격화 시장인 재건축 부문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여 왔지만, 떨어진 수주잔고에 다시금 주요 부지를 기웃거리고 있다는 말은 이미 업계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다만 다른 건설사와 달리 삼성물산 측에선 래미안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진 않다.

    GS건설의 ‘자이’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삼성물산보단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삼성 레미안에 견줄 정도의 브랜드 가치를 가졌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자이’ 브랜드를 고수하며 강남권 등지에서 활발한 수주와 인지도를 올려온 GS건설이 기존 입주민의 재산권 침해 반발을 두려워했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나름의 고민으로 최근 자회사 자이S&D를 통해 중소아파트 브랜드 ‘자이르네’를 론칭하기도 했지만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미지수다. 내부에서도 허윤홍 GS건설 부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신사업추진실까지 지휘하며 ‘진퇴양난’ 상황을 타개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낸 이력은 없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작년에 실적이 좋아 여력이 괜찮아 보이지만, 새 먹거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떤 시도도 단기 성과를 보기에는 쉽지 않은 ‘막힌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