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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규모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현대차그룹이 조단위 글로벌 합작사(조인트벤처·JV) 설립을 발표하면서 자본시장에 깜짝 등장했다. 지난해까지 넘치는 유동성을 활용한 대규모 해외 M&A(outbound) 거래가 화제였다면, 올해는 굵직한 대기업들의 글로벌 동맹이 하나둘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투자은행(IB) 등 자문사들도 영역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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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미국 앱티브와 최근 총 40억달러(4조8000억원) 규모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내 3개 계열사가 16억달러를 출자하고, 앱티브는 기존 인력과 설비들을 합작사에 현물출자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에서 조용히 자율주행분야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기반을 다져온 데 이어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단숨에 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앱티브의 전신은 GM의 부품사업부에서 분사한 델파이다. 이전부터 공조·전장부품 등을 현대차에 납품해왔고 이 과정에서 양측 경영진들이 2년여 전부터 합작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현대차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에서 뒤쳐져 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합작으로 단숨에 자율주행분야 3위권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앱티브가 자율주행분야 주요 업체 중 유일하게 특정 완성차업체와 독점적인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앱티브 입장에서도 자사 솔루션을 적용할 완성차(OEM)업체를 확보한 데 이어 풍부한 유동성도 얻게 됐다.
이번 JV 설립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을, 앱티브 측은 골드만삭스를 선임해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다른 글로벌 IB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진행 중이던 딜을 일부 도운 것 아니냐”며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 올해 국내 랜드마크 딜을 빼앗겼다는 자성도 나왔다.
IB업계에선 비단 현대차뿐 아니라 대기업들의 대형 글로벌 합작사 추진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고하지 않은 미래사업 진입기에는 선두업체가 M&A 혹은 R&D를 통해 모든 분야를 내재화하는 게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도 부족한 부분은 '연결'을 통해 외부에서 충당하고, 향후 성과는 나누고 위험은 줄이는 전략을 고심 중이란 평가다. 또 사업에 실패할 경우 비교적 부담없이 투자자산을 상각하거나 파트너를 변경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Aurora)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에 공들여왔지만 이번 JV로 큰 부담없이 파트너 변경을 단행했다.
지난해까지 조단위 M&A에 꾸준히 발을 들인 SK그룹도 올해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활발한 JV를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공중파 3사와 OTT 합작사 ‘웨이브’를 출범했고, 이어 박정호 사장이 직접 디즈니 등과 추가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1번가로 대표되는 이커머스분야에서도 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쿠팡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한 협력설도 나오고 있다. SKC는 평소 PO사업 확장에 욕심을 드러내던 쿠웨이트 측에 접촉해 이전 M&A 대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짜기도 했다.
LG그룹은 그룹 주축으로 육성중인 '전기차 배터리'에서 활발히 합작사 추진에 나서고 있다. 중국내 유력 완성차업체 지리차와 JV 설립을 발표하면서 업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지 업체와의 JV설립이 사실상 의무화된 중국시장 특징을 고려하더라도, 주요 업체와 협력관계를 쌓았다는 평가다. 또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화유코발트 등과도 활발히 접촉해 합작사를 설립했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분야에서 폭스바겐과 미국 내 배터리 공급을 전담하는 JV설립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적기에 ‘영업기밀 유출’ 소송으로 제소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합작사의 범위를 단순 지분 투자로까지 넓힐 경우 이같은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향후 더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한화그룹, LG그룹 등 대기업들도 미국 등에서 선행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온 업체를 발굴해 네트워킹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산적한 국내 M&A 매물들이 예기치 못한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시장에 나온 SKC코오롱PI가 대표적이다. 향후 전기차 배터리 분야 매출 확대를 강조하며 LG그룹, 삼성전자 등 전략적투자자(SI)의 참여를 기대했지만, 결국 PEF 간 경쟁으로 진행 중이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이 탄탄한데다 향후 합작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열려있는만큼 굳이 M&A로 소재를 내재화 할 필요성은 줄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대기업, 특히 SK그룹의 참여에 흥행 성패가 달렸다 평가됐던 아시아나항공, 코웨이 M&A 흥행에 찬바람이 분 데도 이미 국내시장에 대기업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말까지 동남아 저가항공사(LCC)들과 조인트벤처를 검토해오던 한화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국내 대기업만으로 회수 방향을 좁혀놓은 PEF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로의 회수안을 1순위에 놓았던 전장관련 부품사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당장 국내에서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만도의 주가도 현대차그룹의 JV설립 발표 이후 7% 가까이 하락했다. 더 나아가 글로벌 네트워킹이 부족한 IB 하우스들의 역량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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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7일 07:00 게재]
현대차 조단위 JV 등장…삼성, SK, LG도 파트너 찾기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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