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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손을 잡았다. 이 부회장은 약 13조원 규모에 달하는 디스플레이 투자를 약속했고, 대통령은 “삼성이 한국경제를 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며 덕담했다. “국민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주신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며 경영진에 대한 언급도 남겼다.
수년째 골조만 올린 채 베일 속에 있었던 삼성그룹의 미래 디스플레이 투자 방향도 이제야 공개됐다. 발표 시점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 파기 환송이 변수로 등장했지만, 예정대로 대통령까지 참석한 대규모 행사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판결 직전까지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을 방문해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는 등 이번 이벤트를 ‘예고’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을 비판할 순 없다. 매번 자국 내 투자 결정 하나하나에 감사의 트윗(Tweet)을 남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 오히려 대통령과 재계의 스킨십은 더욱 장려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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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성을 또다시 찾은 명분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 만들기'였던 점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삽도 뜨지 않은 삼성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LG그룹은 이미 수년 전부터 미래 디스플레이 OLED에 그룹 명운이 걸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비메모리 반도체 2030’ 발표와 달리 이번엔 적어도 대통령이 찾을 수 있는 뚜렷한 대체재가 있었던 셈이다. 당시 삼성 방문이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국가 산업기반을 극복하고 압도적 글로벌 선두업체 대만 TSMC와 경쟁한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었다면, 이번에도 대통령이 '콕 찍어' 삼성을 방문한 점은 다소 이해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그간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대형 OLED 시장의 개화 가능성을 꾸준히 부정해왔다. LCD 기반 디스플레이에 특수 필름을 씌운 ‘QLED’로 충분히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고, 실제로 이를 통해 점유율과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 삼성전자는 공식 컨퍼런스 콜을 통해서 “삼성전자는 TV사업에서 QLED와 마이크로LED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것”이란 공식 입장을 펴 왔다. 어디에도 이번 13조 투자가 집중될 예정인 QD-OLED(삼성은 'QD디스플레이'로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정작 한발 앞서 미래 디스플레이 OLED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LG그룹은 지금까지도 재무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국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입은 중국업체의 LCD 굴기로 현금 유입에 타격을 입은 데다, 경쟁사인 삼성은 LCD기반 'QLED TV' 가격을 꾸준히 낮춰 OLED 시장 확대를 막았다. LG그룹은 최근 대외적으로 삼성전자의 TV를 분해해 QLED와 OLED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 선언했지만, ‘국내업체끼리 다툰다’는 프레임에 속앓이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으로 한 순간 삼성이 국가 디스플레이 사업의 명운을 짊어진 대형 OLED 주도 업체로 올라섰다. 그동안 LG그룹 소속원들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던 대형 미래 디스플레이의 대외적 주도권까지 넘어가게 된 셈이다. 배터리를 두고 LG그룹과 싸우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오늘 (대통령) 말씀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처세술을 한 수 배워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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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이번 방문을 두곤 평가가 엇갈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1일 “취임 후 3번째 삼성 공장 방문이고 이 부회장과 9번째 만남”이라며 “민심에도 벗어나고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또 “모든 기업의 투자 결정은 오직 기업 자체의 성장과 수입 전망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국정 지도자가 투자를 애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기업들이 자신들의 투자를 사회를 위한 것으로 호도하면서 이를 볼모로 세제 지원이나 특혜성 규제 완화 등 과도한 요구를 국민에게 떠넘기곤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정부에선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방문과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별개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몇몇 언론들이 이재용 부회장만 부각해 문 대통령이 왜 그곳까지 갔는지 전달이 잘되지 않는 것 같다"며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 같다"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고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충남까지 행보한 이유는 대기업인 삼성과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 간 ‘공동개발·우선구매’를 강화하겠다는 협약(MOU) 체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전 세계에서 대형 OLED 분야 투자 및 양산에 성공한 유일한 곳은 LG디스플레이다. 삼성이 체결했다는 국내 소재 및 장비와의 협약(MOU) 정도가 아니라, 대형 OLED 분야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초창기부터 지금의 위치로 함께 키워온 곳이 LG그룹인 셈이다.
화려했던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행사장에서 두시간 가량 떨어진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둡다. "LG디스플레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란 말까지도 회자하고 있다. 최근 경영진을 교체하고 임직원 5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에 돌입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고됐다. 최근 5조원을 투입한 중국 광저우 OLED 준공식엔 구광모 LG그룹 회장조차 참석하지 않으며 임직원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누군가에겐 '디스플레이 강국 만들기'에서 후순위로 밀린 곳일 수 있지만, 불과 수 년 전 까지도 LCD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해온 인력들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 삼성이나 투자를 결정해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감사만큼이나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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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14일 13:18 게재]
文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보다 LG디스플레이를 격려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