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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래도 국내 증권가에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 있었다. 유통업계가 누구 하나 어려운 게 아닌, 구조적 부진에 빠진 상황이었고 '혁신의 아이콘'인 정 부회장이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이 정기인사를 한 달 이상 앞두고 이마트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극약 처방을 내린 후 기대감이 '위기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은 컨설팅 출신의 첫 외부인사 영입이 이마트 변신의 화룡점정이 될지, 아니면 컨설팅펌 출신 인사들이 으레 단행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은 강희석 베인앤컴퍼니 유통부문 파트너의 신임 이마트 대표 선임에 대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으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성과주의 능력주의 인사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강 대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유통기획과를 거쳐 2005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활동해왔다.
이마트는 최근까지도 베인앤드컴퍼니를 통해 집중 컨설팅을 받았고, 이와 관련된 총괄업무를 강 대표가 담당했다.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이마트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전문점 사업 컨설팅은 물론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 설립과 관련해서도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모두 강 대표와 연관이 있다.
컨설팅 출신 대표가 가진 가장 확실한 카드는 구조조정
강 대표는 이마트 창립 이래 첫 외부 수혈 인사다. 그만큼 위기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유통업계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고 내수는 디플레이션이 언급될 정도로 얼어 붙었다. 기존 유통업계의 영업통, 재무통으로는 구조적 부진을 깨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마트의 수장 교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통을, 그리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외부인사를 앉혔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외부 인사라 하기엔 강 신임 대표가 이미 컨설팅 파트너로서 이마트 신사업 전략에 상당 부분 관여를 해왔다.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있게 추진한 사업들이지만 실질적으로 실적에 반영된 것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등은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부츠, 삐에로쑈핑 등에선 적자가 확대됐다.
'조언자'에서 '경영자'가 된 컨설팅 출신 CEO들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회사 대표는 결국 ‘숫자’로 실력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마트는 위기 탈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투자를 늘려 왔지만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그 결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강 대표의 선택은 결국 안 되는 사업은 접고 좋은 것을 더하는 구조조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컨설팅 출신들이 최고경영자가 되면 가장 먼저하는 것이 실적에 따라 사업부를 줄 세우고 미래가 보이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라며 “그동안은 강 대표가 조언을 하면 정용진 부회장이 판단하면 됐지만 앞으론 직접 행동을 취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청사진 제시보단 효율성을 앞세운 구조조정 위주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모델로 삼는 아마존은 오프라인 업체를, 월마트는 온라인 업체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결국 이마트도 장사가 안되는 점포를 팔고, 마련된 자금으로 필요한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IB업계에선 이마트가 벌써부터 괜찮은(?) 이커머스 기업 인수에 나서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언급된다. 기존 오프라인 인력으로는 온라인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증권사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강 대표 선임 이후 임원 인사에선 상당 부분 교체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이후 직원들도 감축하는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며 “컨설팅 출신들은 구조조정 전문가이기도 하고, 현재 유통 시장 환경 자체도 그렇게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현 정부가 단기로라도 일자리 늘리기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점포를 문 닫고 인력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점포 유동화를 선택한 것 역시 인력 효율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한 차선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번에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가 바뀐 것처럼 그룹 임원 중심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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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진두지휘 정용진 부회장 책임론으로 귀결
이번 인사를 야기한 원인은 결국 실적부진에 따른 위기감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최초의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어닝쇼크에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용평가사들도 신용등급을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정작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한 것은 정 부회장인 만큼 이마트의 실적 부진의 대외 신인도 하락에 대한 책임이 더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유형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이마트 매출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에브리데이, SSG.COM, 이마트24, 스타필드(프라퍼티)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장했지만 전체 매출 증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영업이익에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무리한 온라인 사업 확장에 대한 지적이 많다. 이마트 종속법인들 중 상반기에 가장 큰 순손실을 기록한 법인은 SSG.COM이다. 온라인 시장 확보를 위해 SSG.COM을 앞세우고 있지만 출발이 늦어 경쟁업체 대비 뒤쳐지며 174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이마트24도 163억원, 제주소주도 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쇼핑, 노브랜드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이자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브랜드인 레스케이프 호텔은 상반기 16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모기업인 신세계조선호텔의 적자 전환으로 이어졌다.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만든 호텔이었지만 당시 김범수 신세계조선호텔 상무가 레스케이프호텔 총지배인 부임 6개월 만에 경질되는 등 실적부진의 끝은 문책성 인사로 이어졌다.
손댄 사업마다 실패를 반복하며 정 부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론이 나오지만 정작 정용진 부회장은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서 빠져 있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미등기임원으로, 2013년 이후 6년간 사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다. 실적 부진에도 고액의 보수와 배당금은 매년 받아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마트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했음에도 총 36억900만원(급여 19억3300만원, 상여 16억7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배당금으로는 54억8080만원을 받아갔다.
정용진 부회장의 인사 혁신(?)이 그룹 임직원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강희석 대표를 위시한 외부 인사들이 조직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도 거론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임원들 입장에서는 컨설팅 비용을 주고 부리던 외부 사람이 갑자기 상사로 오게 된 상황"이라며 "조직관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또 이갑수 전 대표가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회사를 떠나게 된 만큼 기존 인력들의 로열티가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인사 실패가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게 되면 신세계그룹 승계 구도에 어떤 파장을 끼칠지 장담할 수 없다.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의 인사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인데 이번 외부 인사 역시 파격인지는 의문"이라며 "경기가 안 좋아졌고 고정자산성 비중이 높아 비용 통제가 쉽지 않은 구조, 온라인 확대로 저가 판매에 따른 마진 하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사람만 바꾸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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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2일 17:30 게재]
신임 대표로 강희석 베인 파트너 영입
‘전략’ 외부인사 영입으로 분위기 전환 노려
‘숫자’ 보여주려면 구조조정 불가피 지적도
성과 따라 정용진 부회장 책임론도 불거질 듯
‘전략’ 외부인사 영입으로 분위기 전환 노려
‘숫자’ 보여주려면 구조조정 불가피 지적도
성과 따라 정용진 부회장 책임론도 불거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