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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구성원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구글의 스마트카 전용 OS인 '안드로이드 오토'에 자사의 티맵이 아닌 카카오의 기술이 도입되자 임직원들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박 사장은 “사전에 티맵도 협력 제안을 받았지만 제대로 협의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며 “맡은 일을 하기 위해 현재보다 일하는 방식을 더 깊이 고민해 달라”며 직원들에게 절박함과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처럼 ICT 분야 경쟁자로 치열하게 다퉈온 SK텔레콤(이하 SKT)과 카카오가 지분을 섞으며 깜짝 동맹을 맺었다. 시장은 ‘갑작스러움’을 표하면서도 양 사업자의 시장 지위를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ICT 사업의 시너지를 기반해 기술개발(R&D)에서 협업하고, SKT의 약점으로 꼽혀온 콘텐츠 분야 M&A 역량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다만 음원, 모빌리티 등 광범위한 신사업군을 두고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해왔던 양사가 구체적인 계획 없이 ‘우군’으로 선회한 점을 두고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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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SKT는 약 3000억원 규모 주식 교환의 배경으로 통신·커머스·디지털콘텐츠·미래ICT 등 4대 분야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 사는 최소 1년 이상의 상호 지분 보유와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명시했다.
업계에선 양 사중 지분교환의 필요성은 SKT가 더욱 컸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간 SKT는 5G 모델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초연결·초저지연을 기반하는 5G는 고액의 선행투자금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윤영풍 SKT CFO는 올해 초 5G 설비투자액에 대해 “지난해보다 30~40%정도 증가해 약 3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해당 통신망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을 잔류시켜 최대한 많은 파생될 콘텐츠를 소비하게끔 하는 것이 주수익 모델로 제시되고 있었다.
이는 기존 사업자와의 부딪힘을 감수하고서라도 SKT가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어졌다. 지난 2013년 음원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에 매각한 SKT는 지난해 11월 음원서비스 ‘플로’를 기점으로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론칭한 신규 OTT 플랫폼 ‘웨이브’도 SKT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자체 콘텐츠 사업 중 하나다.
지난 2015년 4월 출시돼 카카오T와 경쟁 중인 모빌리티 서비스 ‘티맵택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달 차이로 출시된 양 서비스는 이후에도 SKT 측이 ‘티맵주차’ 출시,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그레이드 등 자체 사업모델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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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뒤늦은 도전’이란 평은 계속됐다. 이미 플랫폼사업자로서 시장 지위를 굳혀온 카카오는 음원서비스, 모빌리티 등에서 압도적 지위를 이어왔다. 음원서비스로는 올해 상반기 MAU(한달에 1번 이상 접속 사용자) 기준으로도 멜론의 점유율이 44%에 육박하며 플로의 점유율(20%)를 크게 상회해왔다. ‘택시 대란’으로 인해 단기간 점유율을 높였던 티맵택시 역시 같은 기간 결제금액 기준 455억원을 기록하며 카카오T의 3409억원에 크게 고전하고 있다.
자체적인 콘텐츠 발굴 역량 문제도 거론됐다. 향후 잠재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어피너티에 매각을 결정한 음원서비스 '멜론'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어피너티는 카카오에 이를 재매각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초기 출범 당시 SKT를 찾아가 투자유치를 시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SKT 내부에선 문자서비스의 무료 제공과 자사의 메신저서비스 '틱톡'의 성장성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투자를 거절했지만, 결과는 카카오의 완승이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체적인 파생사업만 놓고보면 SKT 포지션이 굉장히 애매하다”며 “가면 갈수록 한 사업자가 모든 걸 다 하기 힘든 산업구조라, 해결하려면 우군 확보 혹은 인수합병을 잘 했었어야 했는데 이 측면에서도 OTT 말고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SKT의 러브콜에 수익성 고민이 깊었던 카카오도 화답했다. 플랫폼사업자인 카카오는 안정적 수익원인 이동통신 사업을 보유한 SKT와 달리 신규 사업군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카카오의 신규사업들은 간신히 실적 본격화를 이루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에 대비했을 땐 미미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 선물하기 등 커머스 비즈니스가 포함된 톡비즈 사업 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48%, 모빌리티와 페이 등이 포함된 신사업 부문은 8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각각의 매출액은 1587억원, 561억원으로 전체 매출액(7602억원) 대비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에서만 각각 도합 1100억원대 적자를 봤던 카카오가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다.
결국 양사 최고경영진이 전격적인 협력이 나서게 된 이유는 이 같은 시기적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경쟁 사업영역 이외에도 ICT사업이 다양화됨에 따라 양 사는 AI, 빅데이터 관련 기술 협업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관건은 이들이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구체적인 협업관계를 어떻게 설정되는 지에 달렸다. 현재 시장에서는 카카오 선물하기와 11번가의 연계 등 커머스 시너지, SKT 웨이브와 카카오M의 콘텐츠 제작 협업 등이 거론되지만 이를 위해선 양 사 경영진의 적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 매달 정기회의를 예고하고 있는 ‘시너지 협의체’에는 유영상 SKT 사업부장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책임자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경쟁 사업군을 결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중요한 것은 양 사가 서로 어느 지점을 양보해서 구체성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냐의 문제”라며 “곧 시작할 간단한 수준의 제휴서비스 등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교환된 지분이 얼마되지 않아 시너지에 대한 확신을 내리기엔 조금 이른 듯 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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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8일 15:23 게재]
적에서 우군으로…지분 교환으로 '긴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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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 얼마나 양보해 구체안 내놓는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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