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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에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는 상징적이다. 세계 5대 운용사로 손꼽혀온 TPG지만 한국에서의 성과는 전신인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투자 시절인 2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야 했다. 지난 2017년 한국팀을 재건하면서 이상훈 대표를 모건스탠리PE에서 영입했고, 첫 랜드마크 투자처가 카카오모빌리티였다. 투자금 5000억원을 투입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30%를 확보했는데, 3000억원은 카카오 보유 주식을 사는 데 쓰였고, 2000억원이 신주발행으로 회사에 유입됐다.
TPG는 한국사무소 출범 이전부터 이번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카카오T에 들어가는 서비스 종류를 정하고,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적극 참여했다. 분사 인력은 물론 설비 하나하나까지 깐깐히 개입했고, 사안에 따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도 뒤늦게 접촉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추산해 투자를 시도한 점도 업계에 유명한 일화다. 카카오에선 박성훈, 배재현 부사장이 협상장에 앉았다. 당시 카카오가 DR 발행 등으로 급하게 자금수혈을 하던 시기다보니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후문이다.
투자 발표 시기만해도 M&A 시장에선 화제가 됐다. 출범당시 연간 300억 남짓의 매출, 2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회사 기업가치가 약 1조6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벤처캐피탈(VC)이 아닌 바이아웃을 표방한 펀드의 첫 투자처치곤 생소한 분야로 꼽혔다. 당시만 해도 우버(Uber)를 비롯한 라이드헤일링(Ride Hailingㆍ승차공유) 플랫폼의 투자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다보니, '숫자'를 거론하면 "2·3차 산업 논리에 매몰되있다" 눈치를 볼 분위기였다. 어찌됐건 전략적 가치도 뚜렷한 데다 상징성도 명확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국내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게이트웨이 역할을 도맡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 때문이다.
양사는 계약상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투자 4년 이후 상장(IPO)을 추진한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카카오 측에 콜옵션이 부여됐고, 낮은 수준이지만 회수와 관련한 안전판(Downside Protection)도 일정부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사무소는 물론, TPG글로벌 차원에서도 이번 거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원금회수’는 고려사항이 아닐 수 있다.
매출 '상한선' 그어준 택시업계·정부…TPG, IPO '잭팟'에도 먹구름
TPG 입장에서 가장 고려하는 회수안은 단연 상장(IPO)이다. 하지만 약속된 '4년' 절반을 막 지난 지금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시계제로다. 택시 등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거샜고, 정책당국은 예상대로 수차례 표류했다.
가장 큰 기점은 ‘카풀’ 서비스 출범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8년 3월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해 말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정식 서비스까지 출범할 계획이었지만 곧장 택시 업계의 반발을 샀다. 이어 택시기사의 사고까지 일어나며 논란이 커졌다.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의 무기한 연기를 공식 선언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구상해온 여러 사업 모델 중에서도 카풀의 안착은 미래 수익성 창출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논리는 간명하다. 전국 2300만대 승용차에서 일정부문만 수수료를 수취해도 고스란히 회사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당시만 해도 공유 경제의 첨병으로 손꼽혀온 '승차공유'의 핵심 성장 논리이자 우버(Uber) 등 글로벌 선두 업체들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해준 핵심 청사진이기도 했다. TPG에겐 가장 손쉽게 상장 등 회수를 위한 스토리 마련 창구였다.
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택시는 전국 25만대지만 대한민국 자동차 총 대수는 2300만대에 육박하고, 이 중 10%만 카풀 서비스에 가입해도 230만대로 택시 전체의 10배수가 바로 잠재 매출원이 되는 셈”이라며 “정부가 국내에선 카풀 등 라이드헤일링 사업은 국내에선 '꿈도꾸지 말라' 엄포하면서 향후 매출 성장의 상한선(Ceiling)을 손수 그려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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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국에선 TPG 투자 이전부터 카풀 모델은 합법이 될 수 없는 점을 공고히 밝혔다. 이전에도 풀러스 등 일부 업체들이 여객운송법상 출·퇴근 개념이 모호한 점을 바탕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규제의 칼날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미래 산업'임을 표방하며 택시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대화 창구를 열어보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택시업계가 파업에 돌입한 와중 카풀 '무료 쿠폰'을 뿌려 민심을 자극한 카카오의 자충수도 부각됐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조달한 기존 투자금을 활용(특수목적법인 ‘티제이파트너스'), 기존 택시 법인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직접 택시를 운영하며 수익원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택시업계는 타다 모델보다는 카카오의 서비스 론칭 소식에 대해선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다. 그나마 이해관계자와들과의 타협 끝에 국내에선 합법 모델로 인정받은 성과를 거뒀지만, 회수를 고민해야 할 투자자 입장에선 향후 시장에 제시할 성장의 가능성은 대폭 줄어 들었다.
당시 카카오 출신 관계자는 "사내 카풀팀은 전원 해체됐고, 내부에선 택시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통근버스 모델 등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자는 분위기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오히려 택시와 연관된 사업을 강행하고 싶어해 독려했고, 카카오도 공들인 택시협동조합과의 관계가 진전되며 다시 대화가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확보 1순위인 카카오 vs. 매출 성장 시급한 TPG, 조율 가능할까
정작 미래 ‘모빌리티’를 전제로 투자를 결정한 TPG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방향일 수 있다. 외형상 '공유경제'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정작 택시업체를 인수하며 고정비를 그대로 떠안고 사업을 꾸리는 어정쩡한 모델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택시 회사들과 상생을 강조해 반발을 줄이고 더 나아가 제한적인 카풀 서비스(1일 1인·2회 제한) 재개를 위한 대화의 불씨를 일으키려는 과도기 모델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타다'가 택시와 전면전을 펼치며 단기간 대화의 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옅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기존 투자자들은 카풀 서비스 외 이해관계자를 피할 수 있는 수익성 확보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택시를 활용하는 방안은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현행법 상 ‘웃돈’을 주는 식으로 택시요금에 영향을 끼치는 사업모델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즉시 배차 등 이를 우회할 방법을 고심해야 하지만 택시요금이 물가와 연동돼 공공적 성격을 띠다보니 더욱 엄격한 규제에 포함될수밖에 없다. 이외 전기자전거·킥보드 등 라스트마일 서비스, 주차 및 네비게이션 등을 통한 수익화를 고민 중이다.
점차 카카오와 TPG를 비롯한 투자자간 이해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카카오는 느긋한 상황이다. 모빌리티 사업 자체에서 단기간 큰 수익을 얻기보다, 자사 플랫폼 사업에 일환으로 해당 사업을 점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T의 경우 이용자에 직접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카카오의 결제서비스 등 연관 사업 혹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사업에 활용할 빅데이터 수집 창구로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회수고민을 시작해야할 TPG가 언제까지 '실험'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그 사이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정당화했던 글로벌 차량공유 플랫폼 열기는 점차 식고 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상장에 성공한 우버와 리프트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매년 매출 성장기조만 뚜렷하면 재무제표 밑 줄은 볼 필요가 없다"는 주가매출액비율(PSR) 논리에 투자자들은 점차 고개를 기웃하고, 주창해온 손정의는 14년만에 거액의 손실을 봤다. TPG 글로벌 사무소는 일찌감치 소프트뱅크에 우버 보유 지분을 팔아 수익률을 거뒀고, 이제 공은 한국의 회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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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1일 17:30 게재]
모빌리티 매출 성장 핵심 '카풀'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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