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악재' 터지는 엔터업계…큐브엔터 매각에 쏠리는 눈
입력 19.11.19 07:00|수정 19.11.20 15:28
오디션 프로 투표 조작 사태로 뒤숭숭한 엔터업계
이 가운데 큐브엔터 매각 본격화…완주 여부 관심
소속 아티스트 인기 상승, 가격 문제 완화 등 긍정적
  •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사태가 커지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설'만 이어지던 큐브엔터테인먼트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거래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소속 아티스트의 성장과, 밸류에이션 매력 등이 긍정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버닝썬 사태'에 이어 한일 갈등 격화, 실적 부진 등으로 국내 엔터사들은 한동안 주가 동반 부진을 보여왔다. 대표 기획사들도 힘을 쓰지 못했다. SM엔터는 경영 문제 등으로 주주와 갈등을 겪으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빅뱅 없는' YG엔터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다행히 소속 아티스트들의 컴백에 힘입어 실적 회복세를 보이던 참에 또 다시 엔터 업계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의혹 사태가 불거지면서 엔터 업계를 향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오디션 시리즈의 PD가 구속되고  CJ ENM의 고위 임원이 압수수색 대상에 오르는 등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PD를 포함한 관계자에게 수십 차례에 걸친 유흥 접대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기획사 큐브엔터 매각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유선방송투자 채권단은 딜라이브의 자회사인 IHQ를 통해 거느리고 있는 큐브엔터 매각에 착수했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인수 검토자로 빅3 외에도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인수합병(M&A)시장에선 큐브엔터의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소속 아티스트의 계약 해지 이슈까지 이어지며 기업가치 지속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 10월 간판 스타였던 현아와 펜타곤 멤버 이던이 큐브엔터와의 계약을 동반 종료했다. 올해 7월에는 인기 보이그룹 워너원의 멤버인 라이관린(賴冠霖)의 전속계약 해지 분쟁 이슈가 터지며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 최근 이 같은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큐브엔터를 ‘투자하면 금방 성장할 회사'로 평가하면서 전략적투자자(SI)들이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국계 회사, 코스메틱 업체 등 타업종 회사들도 시너지를 그려보고 있다.

    우선 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인기가 상승세인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뷔 초부터 인기를 끈 (여자)아이들의 인기가 점점 오르면서 신인 발굴과 육성 역량이 입증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여자)아이들은 올해 10월, 11월 연속 걸그룹 브랜드평판 1위를 차지하는 등 '대표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올해 7월 일본 공식 데뷔와 더불어 최근 Mnet 걸그룹 경연프로그램 ‘컴백전쟁: 퀸덤’에 출연하며 글로벌 인지도도 높아졌다.

    중국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여자)아이들의 신곡 ‘LION’은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 ‘QQ뮤직’ 한국가요 차트에서 2주간 1위(11월 첫주 기준)를 차지했다. 특히 (여자)아이들의 중국인 멤버인 ‘우기’의 중국내 인기는 ‘톱(top)’이라는 평가다. 우기는 올해 중국 인기 예능인 ‘달려라’(중국판 런닝맨)에 출연하는 등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우기의 개인 웨이보(weibo, 중국 최대 SNS) 계정 팔로워 수는 현재 183만명에 이른다.

    큐브엔터가 구조적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여느 엔터사들과 다르게 큐브엔터는 ‘미니멈 개런티(minimum guarantee)’로 사업을 이루고 있다. 아티스트와의 계약과 저작권 구매 계약시, 앨범 판매·콘서트 등에서 나오는 수익 정도와 관계없이 지급을 보장하는 최소 금액을 정해두는 식이다. ‘엔터 회사지만 제조업식 경영’을 한다는 얘길 듣는데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 업사이드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외에도 소속 그룹들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멤버의 군입대가 이어진 비투비는 남은 멤버가 솔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펜타곤은 현재 총 22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 중이다.

    모회사 IHQ와 함께 통매각을 진행할 때에 비해 큐브엔터만 떼어 매각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큐브엔터의 예상 매각가는 300억~350억원(IHQ 지분율 30.61%)으로 추정된다. IHQ는 모회사 딜라이브(지분율 45.48%)의 채권단 주도 하에 매각을 진행해왔다. SM엔터로의 매각 협상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지난 9월 무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듀스 101 사태만 봐도 엔터 쪽은 워낙 종잡을 수 없다 보니 이번에 정말 큐브엔터 매각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며 “다만 동종 업계 내 경쟁사에 비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고, 소속 아티스트의 성장 등 여러 면을 감안하면 (큐브엔터에) 베팅을 해서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지금까지 지지부진 했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얘기가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