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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티몬 인수설이 M&A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롯데와 티몬 양측 모두 이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실제 협상까지 일부 교감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추진 여부와 별개로 유통업계에선 이번 해프닝에서 롯데와 티몬 양측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점진적인 쇠퇴와 경쟁사인 신세계의 공격적인 온라인 진입에 조바심을 보이면서도 선뜻 결단을 내리는 데 있어 의사결정이 복잡한 상황이다. 티몬도 대주주의 지원의지가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에서 유일한 투자금 회수(Exit) 창구로 남은 롯데그룹의 속내를 살피는 게 과제로 남았다.
티몬 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올 하반기 이후 롯데, 신세계 등 주요 후보군에 티몬 인수 의사를 물밑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이 매각 가능성에 대한 자문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도 지난 10월 말부터 자문사 선임 절차에 나서는 움직임이 드러나면서 양측의 협상설이 다시 본격화했다. 롯데그룹 내에선 롯데지주가 M&A를 전담하고 있다보니 이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
다만 롯데와 티몬 모두 최근 불거진 티몬 인수 및 매각설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M&A 업계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11월에 가격 등 조건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얘기와 함께, 롯데그룹이 자체 플랫폼인 '롯데ON' 강화에 집중하기로 기조를 정했다는 시각이다. 아직까지 이커머스 몸값이 고점에 있는 만큼 롯데가 당장은 아니고, 향후 장기적 차원에서 이를 대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달리 말해 현재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 투자업계에선 적정한 시기에 다시 M&A 논의가 재점화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표면상 유통업체들 가운데 이커머스 인수의 필요성, 그리고 자금력을 모두 갖춘 곳은 롯데 뿐이다. 최근 리츠 상장과 점포 유동화 등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이 롯데쇼핑에 쌓였지만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마트·SSM 등 오프라인 실적 하락세가 완연하지만 온라인 시장 공략은 이제야 계열사 서버를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한 수준이다. 그동안 쿠팡·위메프·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공세를 취했고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2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하며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롯데는 성패와 무관하게 그간 M&A를 통한 빠른 시장 진입에 강점을 보여왔다. M&A는 자체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 시장 진입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신세계가 SSG.COM의 투자 유치 성공을 통해 자체적인 브랜드 확장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점도 반면교사다.
동시에 티몬 대주주들은 투자회수 기회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KKR·앵커·신현성 대표가 구성한 컨소시엄은 2015년 티몬에 약 4000억원을 투자했고, 기존 대주주인 그루폰으로부터 지분 59% 및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그루폰에 약 3000억원이 투입됐지만 구주 인수에 쓰인 돈을 제외하고 실제로 티몬에 유입된 돈은 800억원 정도다. 이후 티몬은 2016년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약 800억원, 2017년 시몬느자산운용에서 약 500억원을 수혈하는 등 주로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다.
KKR과 앵커 측이 지난 3월 560억원으로 지원에 나서기도 했지만 추가 지원은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가 조 단위로 투자금을 투입한 쿠팡이나 허민 대표와 친밀한 관계인 김정주 넥슨 회장이 수천억원을 지원해주는 위메프와는 대비된다. 최근에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저축은행 등에서 900억원을 확보했는데, 오히려 시장에선 자금조달이 막혔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티몬은 매각설을 공식 부인하며 상장(IPO) 등 대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상장을 위한 자금 수혈과 별개로 대주주인 KKR과 앵커 그리고 주요 투자자들이 다시 신뢰를 보낼지는 미지수다.
유통업계에선 대주주들의 투자회수에 대한 필요성과 조급함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내부승진을 통해 이진원 대표이사 체제로 리더십을 꾸린 점이 대표적이다. 이진원 사장은 쿠팡, 이베이코리아, 위메프를 거쳐 티몬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단기간 거래액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항공권·상품권 등을 특정 시간 동안 특가에 판매해 단기간 방문자 수를 크게 늘리는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 대표 체제 이후 티몬도 매일·매시간 다른 특가 행사를 진행하는 ‘타임커머스’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유통분야에 잔뼈가 굵은 롯데가 보기엔 이커머스 업체들의 ‘거래액 지표’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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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유통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실패 사례로 매출액도 아니고 총거래액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지표(PSR)가 결국 투자자 회수를 위한 숫자놀음 아니냐는 불신이 극대화한 상황”이라며 “매도자 입장에서 적정한 회수 시기를 놓쳤다보니 고민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수자 우위의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마지막 변수는 결국 롯데그룹, 더 나아가 신동빈 회장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롯데 내부적으로도 온라인·모바일 유통 사업에 대해 외부 조언을 구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롯데그룹이 취약한 20~30대 대상 채널 강화를 두고 고심이 깊다. 롯데엑셀러레이터와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등 그룹내 컨설팅 조직 등을 통해 해당 분야에 강점을 가진 업체들의 정보를 보고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지주 내 실무진들도 이에 맞춰 상시적으로 여러 투자 매물들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롯데가 티몬 인수에 조 단위 자금을 들인다고 가정해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가 티몬을 품을 경우 거래액 기준 약 12조원(롯데 8조원+티몬 4조원) 수준의 점유율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전체 이커머스 시장(114조원) 규모로 보면 여전히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베이코리아(16조원)·쿠팡(13조원)에 밀릴 뿐더러 시장재편을 위한 치킨게임이 재개되면 장기간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 중국시장에서 약 47% 점유율을 보유한 알리바바, 미국에서 53%를 보유한 아마존과 대비해도 지배적 사업자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유통부문에서 단행한 굵직한 M&A(우리홈쇼핑·바이더웨이·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부문·하이마트)에 대한 시장 평가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중국 시장 진출도 실패로 끝나며 한때 경영권 분쟁의 공격 요소가 됐다. 단순히 '싸게 나온 매물'을 인수하는 차원을 떠나 그룹의 확실한 이커머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과 시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쿠팡·11번가 등 존재감이 더 큰 매물의 출회를 기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글로벌 IB 대표는 "롯데가 언젠가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고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으론 전망하고 있지만 단기간 이슈는 아니고 시간이 좀 더 걸릴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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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04일 15:30 게재]
롯데의 티몬 인수설에 양측 모두 일단 공식 부인
업황 하락세·신세계 온라인 진입에 시선은 롯데로
회수 시기 다가온 KKR·앵커PE, 원매자 우위 평가도
인수 효과 미미·상징성 고려시 타매물 검토 가능성도
업황 하락세·신세계 온라인 진입에 시선은 롯데로
회수 시기 다가온 KKR·앵커PE, 원매자 우위 평가도
인수 효과 미미·상징성 고려시 타매물 검토 가능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