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수익성 저하에 지형변화…하나F&I '구조조정' · 대신F&I '대체투자'
입력 19.12.12 07:00|수정 19.12.13 09:16
NPL 물량 정체에…새 먹거리 찾아 나서는 F&I 기업들
'자회사 편입' 하나F&I, CR 진출…투자금 회수가 관건
개발사업 늘리는 대신F&I…리스크에 '등급 하향' 우려
  • NPL(부실채권) 투자의 수익성이 저하됨에 따라 하나에프앤아이와 대신에프앤아이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서고 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CR(구조조정) 투자에 나서기 위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고, 대신에프앤아이는 대체투자와 개발사업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각사의 신사업이 지닌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사업부문 모두 불확실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 등 잠재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3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에프앤아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공시했다. 이전까지 하나에프앤아이는 하나은행의 자회사, 하나금융지주의 손자회사였다. 금융지주회사법에 금융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타 법인에 투자를 하기 위해선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편입을 통해 부실기업을 손자회사로 두고 기업 구조조정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신에프앤아이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최근 NPL 투자를 늘리지 않고 회수에 집중해 전체 자산에서 NPL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전체 자산 중 NPL 투자자산의 비중은 2017년 54.4%에서 점차 줄어들어 올해 3분기 31.8%를 기록했다. 반면 부동산PF대출 등 대체투자나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두 기업 모두 NPL 투자의 수익성이 감소함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서는 모습이다.

    NPL 투자의 성장성은 제한되고 있다. 2015년부터 NPL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국내은행의 NPL 매각물량은 금융위기 직후 7조원에 이르렀지만 2017년 말에는 4.2조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전분기말 대비 1조원 감소한 17.5조원을 기록했다.

    NPL 투자가 다시금 은행의 수익원으로 자리할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것이 외부 매각보다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 관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은행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NPL시장이 조성된 만큼 최근 은행의 성장정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에프앤아이와 대신에프앤아이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는 '구조조정 투자'와 '대체투자'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구조조정 투자는 회수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다. 시장이 구조조정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다.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고 예측 가능성이 낮으며 회수율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전체 영업 자산의 약 30%를 기업 구조조정에 투자하고 있는 유암코에 대해서는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더라도 구조조정 투자는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데 일각에서는 대출금리를 기업의 투자수익률 이하로 낮춤으로서 기업투자 확대를 유발하려 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기업들이 충분히 현금 확보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해도 신규 투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암코 조차도 부실기업에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 생각한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며 "부실화된 기업들은 꺾였다가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대신에프앤아이의 새로운 수익원인 대체투자 및 개발사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NPL투자보다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일 대신에프앤아이의 KMI 하향가능성 기준에 ▲ 개발사업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 부실채권 투자부문 축소 등 사업구조의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경우를 추가했다.

    특히 개발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임대계약이 대부분 체결되면서 대신에프앤아이의 '나인원한남' 개발사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대부분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민간임대사업으로 전환되던 지난해 6월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재무부담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발사업만 하는 기업들의 등급은 확실히 낮다"며 "대신에프앤아이가 개발사업 쪽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면 현재의 등급을 계속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