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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위탁운용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한 의결권을 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기업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불식하고 위탁운용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거창한 발표를 내놨지만 국민연금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주식 가운데 이에 해당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대신 내년 주주총회부터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야하는 위탁운용사들만 다급해졌다. 의결권 위임과 관련한 국민연금이 세부 지침도 마련되지 않았다. 위탁운용 계약서 수정 및 재계약 같은 실무 절차도 시작하지 못했다. 통상 2월 말부터 각 기업의 주총이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기금운용의 투명성 강화’와 ‘위탁운용사 독립성 제고’ 등이 목표라는 국민연금의 결정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실효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마치 위탁운용사에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주식시장과 각 기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의결권 위임 대상은 국민연금은 보유주식이 없고, 위탁운용사만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 즉 코스피200에 포함된 기업들의 상당수는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하거나 국민연금과 위탁운용사가 동시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위탁운용사가 단독으로 투자한 상장 회사는 전체 716개사 중 510개사이다. 이중 운용사의 지분율이 1% 미만인 곳도 제외된다. 결국 실제 약 346곳 정도가 위탁운용사의 자율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자산(약 110조원) 중 7조원가량만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권한은 중소형주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각 운용사별로 찬반이 엇갈릴 때엔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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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모든 안건에 대해 의결권이 위임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주식 매수청구권이 발생하는 M&A 안건 ▲중점관리 사안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 등과 관련한 주주총회에선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수탁자 책임 활동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 즉 국민연금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선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본시장법엔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는 운용사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 있다. ①의결권행사의 원칙 및 세부기준 ②담당조직 및 조직체계 ③이해상충 방지정책 ④투자자에 대한 사후통지 절차 등을 공시한 운용사가 기준이다.
이런 기준을 충족해 어렵게 의결권을 위임받은 위탁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을 준용해 ▲중소형주 위주의 ▲중점관리 및 우려사안이 없는 기업들에 대해서만 자율적인 의결권행사가 가능하게 된 셈이다.
사실상 운용사들에 부여되는 권한은 별로 없지만, 기금운용본부의 관리는 더 깐깐해졌다.
당장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주식운용 실무자들은 아직 의결권 위임에 관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제까지 주식 위탁운용사들은 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견을 국민연금에 전달하는 역할까지만 수행했기 때문에 향후 독립적인 의사 결정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하다.
국민연금 주식운용 위탁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이 바뀌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고, 아직 연금으로부터 세부 지침과 일정 등을 통보받은 바 없다”며 “각 운용사별로 당장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의안을 분석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릴 수 있는데 과연 새해 주총에서 정상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운용사들은 주주총회 3일 전까지 의결권행사 내역을 기금운용본부에 알려야 한다. 또한 분기별로 의결권 행사 내역과 ‘반대·중립·기권’ 등의 사유를 기금운용본부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 행사에 대해 문의하면 관련자료 제공과 함께 세부적인 설명도 필수다.
운용사 관계자는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기업들 또는 주주총회에서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모두 제외한 나머지 의결권을 위임해 운용사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겠다”며 “운용사 실무진들 입장에선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올 수록 주식운용 보단 의결권 행사를 위해 근거자료를 찾아 보고하는 일이 오히려 가외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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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0일 16:00 게재]
내년 주총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위임
투자 주식 7%에 불과, 대기업과 이슈 기업은 연금이 직접
부여된 권한 보다 깐깐한 관리망에 운용사들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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