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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에 발생하고 있는 모든 이슈가 정의선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이해관계와 딱 맞아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가전박람회(CES)서 파란을 일으키며 완성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모든 계열사가 ▲코스피 대장주 가운데선 찾아보기 힘든 주가 상승을 기록했고 주주들은 이에 호응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행동주의펀드들의 외부 공세도 잦아들었다.
▲올해부턴 현대차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한다. ▲공교롭게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3월에 끝난다.
현대차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당일,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에 2조1400억원 증가했다. 이튿날까지도 주가 상승이 이어지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 등 뿐인 시가총액 30조원 클럽에 진입을 눈앞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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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순이익은 2배가량 증가했다.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해도 현대차의 실적 전망이 그리 좋지 못했으나 4분기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점이 어닝서프라이즈에 주요인이 됐다.
이 정도의 실적 상승은 투자금융업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IR활동에 나서며 기관투자가와 접촉을 크게 늘려왔다. 3분기 실적발표 이후엔 일부 증권사들이 불투명한 업황과 실적 전망 때문에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4분기 실적발표 직후 해당 증권사들이 부랴부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고, ‘강력 매수 전략’을 추천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물론 원화약세와 같은 긍정적인 대외 환경, SUV 차량의 판매 증가 등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요인들이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현대차가 투자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원화 약세의 효과가 비단 지난 4분기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일부 투자자자들은 현대차의 자체 펀더멘털이 좋아진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회사가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원인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실적발표는 투자자들의 예상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며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경우 ▲부품사 거래단가 조정 ▲마케팅·제조원가 비용 등의 재무제표 반영을 이연시키는 방식 등으로 얼마든지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 실적발표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조금씩 만들어 지고 있었다.
회사는 지난해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차는 미래차 시장에서 뒤쳐졌단 평가를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선도 업체 가운데 완성차 업체와 손잡지 않은 앱티브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가까스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초엔 CES에서 ‘플라잉카’를 선보이며 현대차를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켰다.
최근엔 지난 2년 동안 현대차의 가시같은 역할을 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분 매각과 관련해 ‘노코멘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대차에 대한 예전과 같은 외부의 공세는 잦아들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엘리엇의 도덕성 여부를 떠나서 현대차에 미친 긍정적인 요인들은 분명히 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가신들을 떠나보내고, 측근 인사들을 핵심 요직에 앉힐 수 있었다. 엘리엇에 맞불을 놓듯, 현대차 또한 사외이사에 외국인 임원을 추천하면서 외부 공격의 명분을 상쇄시켰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지나친 배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배당을 끌어올리며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현대차 지배구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계열사들도 동조했다. 정의선 부회장의 금고로 여겨지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매출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과거 지배구조 개편에서 나타났듯이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2대 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존재감을 키워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룹의 모체인 현대차의 실적까지 뒷받침되자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이러니하게 엘리엇의 공격이 오히려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스토리를 만드는 데 일조한 상황이 됐다”며 “이르면 올 상반기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의 상황은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부임하며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뛰어든 정 부회장은 이듬해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당시 부사장)로 영입했다. 정 부회장은 슈라이어 사장과 함께 K5를 선보이며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 시대를 열었다. 2010년말 주당 1만원대에 머물던 기아차의 주가는 7배 이상 치솟았다.
기아차의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정 부회장은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2018년말부터는 수석 부회장에 선임됐고, 지난해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후 현대차·현대모비스의 대표직도 맡고 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재 실권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많은 견제세력이 있다”며 “어닝서프라이즈, 주가 상승, 주주정책, 투자계획 발표 등 내부와 외부를 막론하고 공격을 받을 만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면서 승계를 위한 작업들을 거의 마무리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에게 남은 앞으로의 과제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의 변수는 남아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변함에 따라 추가 관세 부과와 같은 치명적인 상황도 아직 배제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판매 개선 없이 일회성 요인들로 실적을 끌고 가는데는 한계가 있다.
한번 높아진 주주들의 눈높이는 다시 낮아지기 어렵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발맞춘 이사회 구성, 주주들 눈높이에 부합하는 미래차 전략과 과감한 투자 등은 정 부회장 체제가 확립된 이후에도 꾸준히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현대차의 상징과도 같은 신사옥(GBC)이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한다. 정몽구 회장의 임기는 3월까지다.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명실상부 그룹의 얼굴이 된다. 아직 확언할 수 없지만 일련의 상황들은 정 부회장의 승계 시계를 재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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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28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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