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의 마지막 카드, 결국 델타 그리고 소액주주
입력 20.02.03 07:00|수정 20.02.04 09:27
조현아 전 부사장-KCGI 지분율 32%
조원태 회장-델타 16% 불과, 끌어모아도 30% 빠듯
열쇠는 소액주주가…우호지분 최대한 참여가 유리
델타항공 추가지분 확보도 관건
  •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그룹의 연합은 조원태 회장 연합의 지분율을 훌쩍 뛰어넘었다. 조 회장은 불과 두달도 안남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가까스로 이사직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언제든 경영권을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다. 수세에 몰린 조 회장이 믿을만한 우군은 결국 단일 2대 주주인 델타항공, 그리고 소액주주들이다. 지분율 5% 미만인 보유한 기관·개인투자자들은 전체 지분의 약 30%로 추산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총 32.06%이다. 반면 조원태 회장의 확실한 우군은 델타항공 정도로 지분의 합은 약 16.52%이다. 나머지 오너 일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조현민 전무 6.47%)가 조원태 회장 편에 선다고 해도 28.3%에 그치는데다 가능성도 낮다. 카카오(1%), 이태희(0.7%) 법무법인 광장 창업자 등도 큰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행여 조 회장이 이들 지분을 끌어모으더라도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에는 다소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은 기업의 일반결의 요건(▲전체 주식의 25% 찬성 ▲주총 참석 주식의 50% 찬성)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한진칼 주주총회의 참석률은 약 77%였다. 올해 주총에서 전체 주식의 약 80%가 참여한다는 점을 가정하면, 이사 선임을 위해선 전체 주식의 약 40%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주총 참석률이 90%를 넘는다면 전체 45%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이사 선임 또는 상대방 추천인사의 이사 선임의 저지가 가능하다.

    경영권 분쟁이 치열하게 펼쳐진 상황에선 주총에 참석하는 주식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진그룹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 받기 위해 동분서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 또한 국내 독립계 운용사를 비롯한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주주명부에 드러난 주주들의 표심은 이미 드러났다. 결국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조원태 회장 또는 조현아 전 부사장 중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가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참석률이 높아질수록, 양쪽 모두 더 많은 우호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양 쪽 모두 이미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전문경영인 도입을 강조했고,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활발한 경영활동을 통해 최고 경영자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내부적으론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 회장에 힘이 실려있다. 노조, 임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주주들이 조 회장을 지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조원태 회장 측은 전자투표제 도입 등으로 주총 참석률을 높이는 전략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과거 한진그룹은 부정적 여론 등으로 다수의 주주들이 참여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다만 오너일가를 통칭하는 것이 아닌 ‘조원태 VS 조현아’ 구도가 만들어 진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모두 한진그룹에는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판단해 이제껏 도입하지 않았다”며 “조 회장이 우호지분을 늘리는데는 이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소액주주들이 우군으로 참여하게끔 하는 전략 마련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이번 주총서 재선임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조현아 전 부사장-KGCI-반도그룹 연합이 존재하는 한 꾸준히 경영권의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의 해임 요건은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한다. 일반결의 요건 보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특별결의 요건은 ▲전체주식의 33.3% 이상 동의 ▲주총 참석 주식의 66.7% 동의가 전제조건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의 지분율이 32%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에도 꾸준히 경영권을 위협할 여지가 남아있다.

    따라서 조 회장 우호세력의 지분율을 늘리는 방안이 또 하나의 대안이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며 유무형의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다. 이미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은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얼라이언스보다 강력한 동맹체계를 구축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추후 제 3자 배정 방식으로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율을 늘린다면 조 회장은 현재보단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진칼의 경영권 향방은 오는 3월 말 결정된다. 주총에서 또 하나의 포인트는 한진칼 지분 3.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결 방향도 관건이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은 높지 않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 또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0%를 보유한 2대주주로, 추후 대한항공을 통해 경영개선 등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