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발(發) 로펌 특수, 정작 실속은 김앤장으로?
입력 20.02.07 07:00|수정 20.02.10 10:19
김앤장, 이재용 부회장 사건 놓치며 체면 구겼다 평가받았지만
삼성바이오發 잭팟 터지며 형사사건 사실상 독점 구도
2019년 매출 1000억원 이상 성장 거론…"삼성 수익이 견인"
삼성물산 합병 문제로 다시 조준…"올해도 최대어"
  •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가 예상치 못한 삼성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대응에서 출발한 자문 업무가 점차 증거 인멸을 포함한 형사사건으로 커졌고, 삼성물산 합병 과정으로까지 다시 번지며 올해까지 김앤장의 주력 먹거리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만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개인 형사 사건을 태평양을 비롯한 경쟁로펌에 뺏기며 체면을 구겼지만, 정작 매출 확보 등 '실속' 측면에선 김앤장이 실력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29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각 대형 로펌들은 연 초 부가세 신고 마감기간과 맞물려 사내 2019년 매출 집계에 분주하다. 올 한해 업계 내 가장 큰 관전거리는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간 2위싸움과 지난해 1조 매출 시대를 연 김앤장의 성장폭 두 가지로 압축된다.

    벌써부터 경쟁로펌 사이에선 김앤장이 올해도 전년 대비 10%가량인 1000억원의 매출을 더 올렸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로펌업계에선 김앤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단일 건으로만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가까운 수임료를 벌었거나 향후에 거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쨌든 사건의 중요도가 매우 높고, 소요된 시간에 따라 수임료를 책정하는 구조(Time Charge)임을 감안해서다.

    아울러 시간 검찰의 수사가 올해도 진행 중인 만큼 올 한해도 사내 가장 큰 먹거리 중 하나일 것이란 예상이다. 태평양이 이재용 부회장 개인 형사 사건을 담당해 거둔 수익은 일찌감치 넘겼을 것이란 후문이다.

    로펌업계에선 삼성그룹과 관련한 수사 초기만 해도 단연 태평양이 승자로 꼽혀왔다. 삼성그룹 법무실 내 ‘큰 어른’으로 대접받는 이종왕 변호사가 송우철 태평양 변호사를 지목해 선임했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2심에선 긍정적인 결과까지 이끌어내며 화답했다. 최종 결과가 남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BKL(태평양의 영문 이름)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김앤장 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을 자문해 증권선물위원회·금융감독원 대응 업무 등을 도맡게 됐지만 그룹 총수의 ‘세기의 재판’에 비해선 ‘체면치레’ 정도로 간주됐다.

    하지만 수사가 해를 지날수록 반전이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선위 처분을 둔 행정소송은 회사 측의 집행정지가 인용되며 일단락됐다. 김앤장 입장에선 오히려 ‘본업’에서 먹거리는 연초 일찌감치 끝난 셈이다. 하지만 분식회계 논란이 각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면서 상반기 증거인멸로 번지고, 임직원 구속으로까지 이어지며 형사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됐다. 국내 로펌업계 중 형사사건을 둔 수익화에 가장 특화된 김앤장 입장에선 저절로 예상치 못한 한 해 먹거리가 굴러온 셈이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김앤장을 선호하지 않는 건 널리 알려져 있고, 김앤장의 수임료 책정에 대한 불만도 컸지만 사건 초기만해도 회계부정 자문은 형사사건과 달리 김앤장이 가장 전문성 있고 전문가 풀도 탁월하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맡겼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자문이 예기치않게 증거인멸과 삼성물산 합병 문제 등 형사 사건으로 급속도로 연결되면서 지난해 내내 변호인들도 해당 사건 대응에만 몰두했다"고 설명했다.

    '화룡점정'은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을 다루던 검찰의 칼날이 다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 산정 문제, 즉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로 모이면서다. 올 초에도 검찰은 장충기·김종중 전 사장을 피의자로 재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이젠 김앤장 내 형사사건 중에서도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로 분류된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정작 이재용 부회장 자문사 입장에선 그룹 현안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검찰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 산정 등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청탁 간 연관성을 파고드는 한편, 이 부회장과 변호인 측은 별개의 건임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 등 이재용 부회장 측 자문사 입장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파생된 형사사건과 의도적으로라도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사 진행에 따라 그룹에서 파생할 수혜를 정작 김앤장이 독점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펌 업계 일각에선 김앤장의 '역전극'이 예고된 결과였다는 후일담도 나온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김앤장이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놓친 후에도 언제든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체적으로 내부에 50여명을 투입해 팀을 꾸려 재판 과정도 꾸준히 챙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라며 "심지어 선임 받지 못했을 때에도 경영진에서 해당 팀 급여를 챙겨줬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로펌들의 평가에 대해 김앤장은 "관련 수임료가 500억원이라는 것은 사실무근이며 사건 수임 및 변론내용에 대해서는 변호사 윤리상 고객의 동의없이 말씀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