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거래 눈앞에서 놓친 KKR, 역전극 후폭풍 겪나?
입력 20.02.10 07:00|수정 20.02.07 22:42
'실트론' 이후 첫 굵직한 PEF 초대…향후 그룹 네트워킹 관심
KKR 단독 협상에서 공개입찰로 선회…맥쿼리PE 거래 따내
일각에선 KKR 한국사무소내 MD 인사와 연계하기도
  • LG CNS 지분 매각전은 결과 못지않게 상징성 측면에서도 자본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다. LG그룹 차원에선 과거 실트론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대규모 자금을 PEF 운용사를 파트너로 초청한 거래다. 이번 거래뿐 아니라 향후 자본시장 접촉이 빈번해질 LG그룹과 인연을 쌓을 흔치 않은 기회로도 회자했다.

    최종적으로 거래를 따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PE) 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글로벌 차원에서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KKR이 사실상 역전극을 허용하면서 이를 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와 맥쿼리PE 측은 이르면 2월 내 LG CNS 지분 35% 거래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거래 대금은 약 9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맥쿼리PE 측은 투자자(LP)들과 접촉해 막바지 인수대금 확보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PE는 지난해 말 KKR과 막바지 경합 끝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냈다. LG그룹은 공식적으로 맥쿼리PE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 및 성장 방향 부분에서 가점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지분 인수 이후에도 향후 LG CNS의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 및 M&A 등 전략과 관련한 부분은 재무적투자자(FI) 측이 관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LG그룹과 맥쿼리PE가 보일 시너지 만큼이나 KKR의 인수 무산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LG CNS거래는 지난 2018년 하반기 무렵 KKR 측의 접촉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KKR은 경영권(Buyout) 거래를 요구했지만 LG 측은 거절의사를 보였다. 이후 소수지분 거래로 거래가 진행됐고, LG측이 경쟁 입찰로 선회하면서 맥쿼리PE와 KKR간 2파전으로 진행됐다.

    거래 과정에서 KKR 글로벌 본사 차원의 기대도 컸다고 전해진다. 단순히 이번 거래 뿐 아니라 국내 재계 4위 LG그룹과 인연을 시작할 수 있는 상징성 측면에서도 주목받았다. 실제 LG그룹 내부에서도 올해 구광모 회장 임기가 3년차에 접어 들고 지난해 굵직한 구조조정은 끝낸 만큼 국내외에서 인수할 매물을 두고 스터디에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인수 과정에 참여하거나 PEF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등 여러 먹거리가 파생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찌감치 나왔다. 거래 진행 중 KKR 글로벌 헤드인 조셉 배가 직접 방한해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을 두 차례 만나면서 어느정도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거래 초반만 해도 외견상 인적 네트워크 차원에서도 KKR이 앞서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KKR 내 서울사무소 공동 대표 중 임형석 부사장은 LG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다만 IB 사이에선 오히려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당시 LG그룹 인사와 현재 실무진(Key-man) 구성이 전혀 다를 수 있고 오히려 그룹이 젊은 조직으로 바뀌려는 과정에서 임 부사장의 이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게 역효과를 볼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LG그룹의 선택은 뒤늦게 뛰어든 맥쿼리PE였다. 향후 LG CNS의 성장 여부에 따라 결과는 엇갈릴 수 있지만, 일각에선 KKR이 어느정도 승기를 예상하고 자만한 것 아니냐는 박한 평가도 나온다. PEF 업계에선 이번 KKR 한국사무소 인사에서 사실상 ‘신상필벌’이 묻어나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1년만에 4배 가까운 차익을 거두며 본사에서도 화제가 된 것으로 알려진 KCFT 거래로 박정호 부사장이 KKR 내 글로벌 매니징디렉터(MD)에 오른 반면 임형석 부사장은 고배를 마셨다. KKR 측은 이같은 평가에 대해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한 글로벌PEF 업계 관계자는 "애초 실무를 담당하는 박 부사장과 관리에 좀 더 치중한 임 부사장의 역할이 크게 겹치지 않았지만, 이번 인사로 사실상 사무소 내 리더쉽 측면에서도 교통정리가 끝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